"살아남은 우리가" 다시 빼곡한 포스트잇…강남역 사건 10주기 추모

"살아남은 우리가" 다시 빼곡한 포스트잇…강남역 사건 10주기 추모

이현수 기자
2026.05.17 16:09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사진=이현수 기자.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사진=이현수 기자.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강남역에 모여 추모 시위를 열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등 157개 공동주최단체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을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약 500명의 시민들이 모여 "추모를 딛고 행동하자"고 외쳤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 없는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는 앞서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 6명을 보낸 뒤 7번째 들어온 여성을 공격했다. 이 사건은 대표적인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는 현상) 사례로 꼽히며 국내 페미니즘 운동을 재점화한 계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검은색 옷차림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여성폭력 STOP!'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 건의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성차별 구조가 만들어낸 예고된 비극"이라며 "여성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다시 모이고, 외치고,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가 추모 포스트잇으로 가득 찬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가 추모 포스트잇으로 가득 찬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시민들은 10년 전 사건 직후 추모 메시지로 가득 찼던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도 재현했다. 이날 출구 일대는 '한명의 여성도 살해당하지 않는 날까지', '기억하며 연대하겠다' 등 문구가 담긴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앞서 사건이 발생한 2016년에도 같은 출구에 '나일수도 있었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등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 수만장이 붙었다.

현장에선 젠더 폭력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강남역 이후 여성들은 미투 운동, N번방 대응,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등 투쟁을 이어오며 변화를 만들었다"며 "젠더 폭력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정하고 국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인식이 젠더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2016년부터 지난 10년간 최소 295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며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성관계를 해주지 않아서' 같은 이유가 폭력의 동기로 작용하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이 사회 속에서 유지되고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페미사이드가 이어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강나연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은 "남양주에서는 스토킹 살해사건이, 최근 광주에서는 여고생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며 "왜 우리 사회는 여성폭력을 막지 못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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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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