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거하던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대한 재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피고인은 "증인들이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9일 오후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성모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성씨는 지난 1월14일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 남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가스라이팅과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약 2년 전 배달 라이더로 일하며 만나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은 증인 신문 기일로 진행됐다. 증인들이 피고인과의 분리 조치를 요구하면서 성씨는 증인 신문 시작 전 퇴정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피고인 면전에서 진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피고인 분리 조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최초 신고자이자 같은 배달업체 소속 라이더 A씨는 "함께 일하는 기사들 사이에서도 성씨를 피해자와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가 실종된 것을 확인하면서 성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피해자는 평소 성씨의 말 한마디에도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떨었다"며 "이런 관계에서 말다툼하다가 우발적으로 죽였다는 성씨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씨와 피해자가 함께 거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1년 365일 붙어있어야 가스라이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느껴졌다"며 "항상 같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이 피해자에게 다가가 얘기해줄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인 동료 라이더 B씨는 2025년 여름 성씨, 피해자와 함께 물놀이를 갔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B씨는 "갑자기 비바람이 쳐 모두 물 밖으로 나온 상황에서 피해자만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물을 두려워하는 피해자에게 성씨가 물에 적응해야 한다며 나오지 말라고 해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떠올렸다.
증인들은 2년 전 피해자를 처음 봤을 당시와 사망 전 피해자의 모습이 달랐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A씨는 "피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해맑고 다른 사람에게 말도 곧잘 걸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B씨는 "다른 라이더들과의 그룹 통화에서 농담하고 장난치다가도 성씨가 그룹 통화에 입장하면 입을 닫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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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는 생전 피해자가 성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증거 자료로 재생됐다. 영상 속 피해자는 성씨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유족은 영상을 보며 흐느껴 울었다.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법정에 다시 들어선 성씨는 마스크를 벗고 일어나 재판부에 "내가 잘못한 것은 다 인정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말은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에는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유족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에 유족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두 사람 사이 욕설과 고함이 오가기도 했다.
앞선 공판에서 성씨 측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시체유기와 상해, 절도 등 나머지 혐의는 인정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3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