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 재산을 증여하면 상속세를 피할 수 있다"는 통념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내에 이루어진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하기 때문에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상증세법 제13조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전 상속인(배우자·자녀 등)에게는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는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의 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자녀에게 9년 전에 증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피상속인 사망 시 상속재산에 포함 상속세 산출의 기초가 된다. 이때 합산되는 증여재산은 상속개시일이 아닌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라 평가한다. 이 규정의 취지는 상속에 임박해 재산을 분산·이전함으로써 누진세 부담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다.
사전증여 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개시되면 상증세법 합산 규정에 따라 증여재산 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상속세 산출세액은 합산된 전체 금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그리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액은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한다. 그런데 기납부 증여세액이 상속세 산출세액보다 큰 경우에도 환급은 이뤄지지 않는다. 상속세 산출 시 적용되는 공제액이 증여세 산출 시 적용되는 공제액보다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속세 산출 시에는 일괄공제(5억원), 배우자 상속공제(최대 30억원),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 다양한 공제 항목이 존재하는데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 시 적용되는 공제액은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 만약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재산 자체의 규모를 과도하게 줄이면, 이러한 공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즉 상속을 통해 재산을 물려주었으면 공제를 통해 상속세 과세가액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데, 미리 증여를 해서 상속재산이 얼마 남지 않아 상속세 산출 시 공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20억원이고 상속 시 배우자가 살아 있다면, 배우자 상속분을 높여 전액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인인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했다면 5천만 원밖에 공제받지 못한다. 상속을 통해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납부할 세금이 없지만 사전증여를 하면 상당한 수준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이 개시될 때는 상속세액이 없어 납부한 증여세를 공제받지도 못한다. 이처럼 상속재산의 규모나 적용 가능한 상속공제의 범위에 따라 사전증여가 불리한 경우도 있으니 이를 유의해야 한다.
사전증여는 올바르게 설계하면 유효한 절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세부담을 가중시키거나 불필요한 세무조사 리스크를 초래하는 '독'이 될 수 있으니 각자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 상속공제, 일괄공제 등 상속세 공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잔여 상속재산의 규모와 구성을 사전증여 전에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자산 종류별로 전략을 달리하는 것도 유효하다. 향후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은 조기 증여를 통해 미래 상승분에 대한 과세를 배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이미 가치가 정점에 달한 자산은 상속을 통해 이전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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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법무법인(유한)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화우 입사 전에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