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전 타인 명의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해 이를 장기간 숨겼다면 이후 별다른 위법 없이 체류했더라도 귀화를 허가하지 않는 게 정당하단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의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4월23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5월 타인 명의의 여권을 이용해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대구시 소재 기업에 근무했다. A씨는 같은 해 10월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뒤 수도권에서 불법 체류했다. 이후 2008년 12월 출국 명령을 받고 자진 출국했다.
A씨는 이번엔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재입국했다. A씨는 2012년 2월 자신의 명의로 단기일반(C-3-1) 사증을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왔고, 이후 방문취업(H-2-6) 자격으로 출·입국했다. 2018년 12월부터는 재외동포(F-4-27) 자격으로 체류하다, 대한민국 국민 김모씨를 만나 혼인해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결혼이민(F-6)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A씨는 2021년 법무부에 간이귀화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국적법에 따르면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외국인일 경우 혼인 상태로 2년 이상 한국에 주소가 있을 경우 귀화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의 귀화를 불허했다. 법무부는 A씨가 과거 타인 명의의 여권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귀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국적법 제5조 제3호에 따르면 외국인이 귀화 허가를 받기 위해선 품행 단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의2 제1호에서는 품행 단정 요건으로 법무부 장관이 △해당 외국인의 법령 위반 행위를 한 경위·횟수 △법령 위반행위의 공익 침해 정도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인도적인 사정 및 국익 등을 고려해 품행이 단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로 규정한다.
이에 A씨는 법무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22년 전 한 차례 타인 명의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한 잘못이 있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입국해 지금까지 법 위반 없이 혼인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성실히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국적법에서 정하는 '품행 단정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음에 귀화를 불허한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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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타인 명의 여권을 사용하는 등 '품행 단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귀화를 불허한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귀화를 불허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타인 명의 여권을 사용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자신에게 국적법이 적용되는 것을 회피했다"며 "타인 명의 여권을 포함한 가짜 여권 사용에 대한 국가 입장이 모호한 경우 출입국관리법 및 국적법 운용에 대한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신분으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성이 계속된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결혼이민(F-6)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귀화를 불허하더라도 생활 기반을 상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귀화 허가 신청은 횟수·시기 등에 제한이 없으므로 A씨는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존중하며 지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품행이 단정함을 증명하며 다시 귀화 허가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은 A씨가 승복하면서 지난달 15일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