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한 달…청년 시위 참여 줄었지만 "문제의식 계속"
"취업·입시 경쟁 세대, 공정성에 민감…꼼수 없는 시스템 요구“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나민석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사무처장(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 처장이 강조한 것은 '공정성'이었다. 그는 입시와 취업 경쟁 속에서 절차의 공정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선거 절차마저 흔들린 상황에 분노했다고 했다. 나 처장은 "청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나아가 미래 세대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은 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KAIST 등 전국 10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연합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기자회견과 시국선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문 면담 등 공동행동을 이끌었다.
나 처장은 단 1점 차로 입시 결과나 취업 여부가 나뉘고, 그 결과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절차적 정당성에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선거 절차가 부실하게 관리된 데에도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일부 기득권층 자녀의 부정 채용 사례도 청년층의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꼽았다.
나 처장은 "청년들은 취업난은 물론 높은 물가와 집값으로 취업, 결혼, 내 집 마련까지 남은 삶의 과정이 '첩첩산중'이라고 느낀다"며 "시스템의 공정성을 최전방에서 경험하는 청년층이 공정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 편법이나 꼼수 없는 공정한 시스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 처장은 최근 청년들의 시위 참여 규모가 줄어든 데 대해선 문제의식이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참여 규모와 별개로 청년들은 여전히 이번 사안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사태 초기 잠실 시위 현장에서는 2030세대가 참정권 침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으나 시위가 장기화하고 일부 참가자의 불법 행위와 부정선거 주장 등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현장 참여는 다소 줄어든 상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년 보수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공동포럼이 행동에 나선 것도 이번 사태가 특정 진영의 문제나 부정선거 주장으로만 소비되는 흐름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동행동 과정에서도 청년층의 목소리가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시국선언 당시에는 "대학생의 순수한 목소리를 정쟁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문구를 공식 구호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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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처장은 "기본권이 침해된 사안임에도 초기에 정치권은 서로 눈치를 보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며 "이념을 초월한 문제인 만큼 보다 넓은 언어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동포럼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선관위 구조 개혁 등을 요구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나 처장은 "지금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