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조합원 분양을 받았던 가족 집에 잠시 거주했다는 이유로 다른 재건축 사업에서 재당첨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단순히 주민등록에 등재된 형식적 요건보다 실질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최근 잠실 A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구역 내 주택소유자인 안모씨가 A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A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일부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2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조합이 안씨를 현금청산자로 정한 부분을 취소하고 A조합의 조합원 지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금청산자 처분이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분양권을 받는 대신 건물 등 부동산 권리를 조합에 넘기고 현금으로 보상받아 사업에서 이탈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들 분쟁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당첨 제한 규정'에서 비롯됐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72조 제6항은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에서 분양대상자로 선정된 사람과 그 세대는 5년 동안 다른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신청을 못 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안씨의 사위는 2020년 8월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광진구 아파트 조합원 분양을 받았다. 이 당시 안씨는 사위의 주민등록표상 세대원으로 등록돼있었고, A 조합은 안씨를 재당첨 제한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후 송파구청장이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면서 A 조합은 안씨가 현금청산자로 확정됐음을 알렸다.
안씨는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위 세대에 일시 전입했을 뿐 주거와 생계를 함께한 실질적 동일 세대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안씨는 태국에서 근무 중인 아들의 주거지에서 1년가량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살던 집을 임대를 내주고 출국 전 주거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위의 집에 전입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태국에서 지진이 발생, 아들이 귀국하게 되면서 해외 거주 계획이 취소됐고 이때문에 사위 집에 머물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안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안씨가 연금 및 임차료 수입 등으로 자신만의 별도 경제생활을 영위했으며 관리비, 수도료 등을 납부하고 생활비도 스스로 충당하는 등 자녀들과 독립해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사위의 집에서 손자의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거나 당장 필요한 옷만 가지고 입주한 것 등에 비추어, 거주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로 전입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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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1세대' '하나의 세대' 내지 '동일한 세대'는 실질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는 가구를 의미한다"며 "주민등록표상 전입 사실만으로 생계와 주거의 동일성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정비법 규정을 형식적 요건에만 치중해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주거를 함께하면서도 주민등록만 분리해 법을 회피하는 투기 행위를 막기 어려워진다"며 "안씨의 경우 재건축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거를 옮기지 않았고, 투기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후 주거를 정비해 기존 거주자에게 재산 가치에 상응하는 새 주거를 제공하는 재건축 사업의 근본 취지를 고려할 때 안씨에게 분양신청권을 인정하지 않는 건 형평에 반한다"고 밝혔다.
A 조합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5월2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첫 변론 기일은 다음달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