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2만명, 검경 뭉치자 '유통판' 보였는데...존폐 기로 선 합수본

마약사범 2만명, 검경 뭉치자 '유통판' 보였는데...존폐 기로 선 합수본

양윤우 기자
2026.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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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1부본부장(사법연수원 33기·수원지검 차장검사) /사진=양윤우 기자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1부본부장(사법연수원 33기·수원지검 차장검사) /사진=양윤우 기자

"각자 수사할 때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습니다. 검찰과 경찰 등 각 기관의 역량을 모아 합동수사본부를 2~3개월 가동해보니 전국의 마약 유통판이 보였습니다."

최근 수원지검에서 만난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1부본부장(사법연수원 33기·수원지검 차장검사)이 한 말이다. 마약범죄 합수본은 검찰·경찰·관세청 등 8개 기관의 마약 수사·정보 역량을 한데 모은 범정부 수사 컨트롤타워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뒤 6개월 동안 조직범죄집단 8개 세력 등 총 235명을 입건하고 핵심 인물 109명을 구속했다.

신 부본부장은 2024년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기획관으로 근무하며 합수본을 기획했다. 한 해 적발되는 국내 마약사범이 2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각 기관이 제각각 사건을 쫓는 방식으로는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2만명이라는 수치를 한국에서 마약 유통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확산했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조직에 대한 수사가 검찰과 경찰이 각각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신 부본부장은 "검찰은 톱다운, 경찰은 바텀업 수사에 각각 장점이 있었다. 관세청은 공항·항만에서 밀수품을 적발했고 출입국 당국은 외국인 신원과 출입국 정보를 관리했다"며 "각 기관이 전체 마약 조직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다만 이를 하나로 맞춰볼 조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합수본 출범 전에는 '평소에도 정보 공유가 쉽지 않은 기관들을 한곳에 모은다고 협력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각 기관이 따로 보유하던 수사 정보를 한데 모으자 서로 무관해 보였던 사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신 부본부장은 "적발된 마약의 종류와 포장 방식, 운반책의 활동 지역을 함께 분석하면서 어느 조직의 마약이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지 윤곽이 드러났다"며 "전체 판을 알고 수사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개별 사건만 쫓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따로 보면 소포, 모아보니 마약 조직

고혁수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경찰총괄실장(총경)/사진=양윤우 기자
고혁수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경찰총괄실장(총경)/사진=양윤우 기자

신 본부장과 함께 만난 고혁수 합수본 경찰총괄실장(총경)도 합수본의 수사 방식에 큰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사건들을 모아놓고 보면 큰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고 실장은 "서로 다른 지역에 배당된 사건의 압수물과 은닉 방식, 배송 경로를 한 데 모아 분석했다. 의자 팔걸이나 과자봉지에 마약을 숨기는 등의 조직별로 반복되는 특징을 찾아냈다"며 "사건을 모아놓으면 '지난번 물건과 같은 조직 아니냐'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지역별로 처리했다면 각각의 밀수범만 붙잡고 끝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마약 유통망이 SNS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점조직으로 바뀌면서 정보의 통합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고 실장은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조직의 계보가 어느 정도 그려졌지만 지금은 하룻밤만 지나도 새로운 판매자가 나타난다. 지금은 마약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구매자와 이른바 '좌표 딜러'를 연결해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합수본이 생기고 마약수사의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과거 경찰이 외국인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하려면 출입국 당국에 공문을 보내고 접수·배당·결재·회신을 기다려야 했다. 기본 2~3시간, 길게는 하루 이상도 걸렸다. 그러나 현재는 합수본에 출입국본부 직원이 함께 근무해 실시간으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외국인 마약사범이 탑승하려던 비행기가 뜨기 30분 전에 신원을 특정해 붙잡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효율성도 높아졌다. 고 실장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뒤 검사가 처음 기록을 보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다. 검·경이 수사 초기부터 필요한 증거와 법률적 쟁점을 함께 논의한다"며 "송치 후 피의자가 공범이나 상선에 대해 새롭게 진술하면 검사도 이를 경찰에 즉시 전달해 후속 수사로 연결한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이를 '지휘'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찰도 '보완수사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건을 함께 수사하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계속 얼굴을 맞대니 지휘나 요구가 아니라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 2개월 앞…직원들은 거취도 몰라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사가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되면 검사가 경찰 등 수사관들과 수사를 함께 설계하는 등의 현행 체계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합수본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합수본의 기능을 어느 기관이 이어받을지, 현재 근무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배치될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또 1년 근무를 전제로 파견된 경찰관들도 파견기간을 채울 수 있는지, 맡은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도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합수본이 해체되면 사건 기록뿐 아니라 기관별 정보와 수사 노하우까지 새 조직에 넘겨야 한다.

신 부본부장은 "마약수사는 실시간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언제까지 수사하고 끝낸다는 것이 없다"며 "구성원들의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이 우려스럽다. 합수본의 향후 체계를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적어도 공문이 각 기관을 오가는 사이 범죄자가 해외로 도주할 수 있는 과거의 수사 방식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 실장은 "같은 단서로 어느 기관은 1명을 잡는 데서 끝내고 다른 기관은 전체 조직까지 밝혀낸다면 국민들 입장에선 더 많이 밝혀낼 수 있는 곳이 맡는 것이 낫지 않냐"며 "누가 하냐가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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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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