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상 '피의자' 양씨 →'참고인' 임의 전환
양씨 배우자에 "조사할 때 직접 에스코트"…연락 지속
피의자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용돈' 챙기기도

금품을 받고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의혹을 받는 전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향응을 받은 경찰청 소속 경찰관도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20일 전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인 송모 경감을 뇌물수수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소속 A 경정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과 별개로 자신의 사기 혐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송 경감에게 금품을 건넨 가상화폐·다단계업자 B씨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과 A 경정은 2024년 12월쯤 양씨 관련 형사사건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수백만원 상당의 유흥주점 접대와 금품을 받고 사건 수사 상황 등을 누설한 혐의도 적용됐다.
송 경감은 양씨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기 위해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된 양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전환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가 참고인으로 전환된 뒤 사건이 불송치로 끝나면서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들은 사건 무마를 청탁한 양씨의 배우자 이모씨에게 "(양씨를) 조사할 때 직접 에스코트도 해주고,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돌리는 등 신경을 썼다"는 취지로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감사 표시와 추가 사건 청탁 등의 대가로 명품 스카프 등 금품과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접대 이틀 뒤 양씨의 또 다른 사기 사건이 불거지자 이를 무마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송 경감은 사건을 담당한 후배 경찰관에게 "내가 다 이미 (불송치) 한 사건이니 빨리 종결하라"고 종용했고, A 경정은 이씨에게 "송 경감이 고참 팀장이라 영향력이 있다", "(조치가) 잘 됐다"는 취지로 알리며 연락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의 수사는 결국 중단됐다.

송 경감은 양씨 사건 외에도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 3명으로부터 사건 무마·청탁을 대가로 총 6차례에 걸쳐 약 8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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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경감은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시세조종 선수' C씨가 사기죄로 고소당하자 수사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해당 사건도 약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됐다. C씨는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지 일주일 뒤 송 경감의 유흥업소 접대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경감은 또 해외 출국으로 지명통보된 피의자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한 뒤 해당 피의자가 거주하는 국가로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3000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B씨 사건과 관련해서는 후배 경찰관에게 사건 종결을 독촉한 뒤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공무원이 범죄자들과 유착돼 금품·향응을 수수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형사사법 기능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대 범죄"라며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