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에게 살해된 여성이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자녀를 챙긴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성은 생전 흉기를 이용한 협박까지 당했지만 공무원인 남편에게 불이익이 갈 것을 걱정해 경찰 신고를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SBS에 따르면 30대 여성 B씨는 지난 4월 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 A씨의 가정폭력 문제로 파출소를 찾았다.
당시 B씨는 남편이 말다툼 과정에서 욕설했다며 경찰에 상담을 요청했다. 이틀 뒤 다시 경찰을 찾은 B씨는 술에 취한 남편이 흉기를 들이밀며 "날 찔러라.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구 한 명 죽어야 끝난다"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털어놨다.
B씨는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공무원인 남편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생기면 일이 커질 것을 걱정해 경찰의 경고 조치조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이혼 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소가 남편에게 노출된 것 같다며 세 번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경찰의 보호조치에도 끝내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범행 당시 112에 접수된 신고 녹취에는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SBS가 확보한 녹취에는 어린 자녀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 소리와 함께 B씨가 "아기, 이리 와"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반복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B씨가 흉기를 든 남편과 마주한 순간에도 어린 자녀를 먼저 챙기려 했던 정황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A씨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유족의 의사와 자녀가 성장한 뒤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혼 소송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소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