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은 동성애자" 동의 없이 공개했다면?...대법, 명예훼손죄 가능

"OO은 동성애자" 동의 없이 공개했다면?...대법, 명예훼손죄 가능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9.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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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타인의 성적 지향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공개하는 행위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 사건에선 정치인의 공적 활동을 비판하고 검증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오씨는 2021년 8월 블로그에 김모씨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당시 시민단체 대표이자 정치인으로 성평등과 성별 갈등 문제에 관한 활동을 해왔다.

오씨는 게시글에서 김씨를 남성혐오와 관련된 인물로 지칭하면서 레즈비언 관계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부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성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취지의 내용을 적어 김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검찰은 오씨가 이 같은 글을 게시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고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오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어서 그 사실을 적시한 것만으로 김씨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이 존재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레즈비언'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치중립적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공개될 경우 인격권이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타인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표현은 그 단어만 놓고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표현이 사용된 맥락과 공개 경위 등을 종합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오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한 2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했다. 이유로 김씨가 성평등과 성별 갈등에 관한 공적 활동을 하는 정치인이자 시민단체 대표였다는 점, 해당 게시글 역시 당시 사회적 관심사였던 성별 갈등과 관련해 공론을 형성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점 등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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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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