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함 묵어봐라, 맛있다"…시골 버스 멈춰세운 할아버지

"요거 함 묵어봐라, 맛있다"…시골 버스 멈춰세운 할아버지

남형도 기자
2026.09.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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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버스기사 1분짜리 영상에 '좋아요' 12만개…조준호씨 "앞으로도 어르신 챙길 것"

"요거 묵어봐라, 참 맛있다"며 배를 건네는 동네 어르신./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요거 묵어봐라, 참 맛있다"며 배를 건네는 동네 어르신./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덜컹덜컹, 시골 버스가 좁은 길을 나아갈 때였다. 지난 17일 경북 영덕에서 버스 기사 조준호씨가 운전하던 버스였다.

길목에 서 있던 동네 할아버지가 버스를 바라봤다. 뭔가를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차를 세우자 할아버지는 버스에 올랐다. 조씨가 "뭐예요?"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요거 묵어봐라, 희한하지?"라며 건넸다.

영상을 본 이들은, 할아버지가 버스 기사에게 농사 지은 걸 주려 기다리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낀다고 했다./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영상을 본 이들은, 할아버지가 버스 기사에게 농사 지은 걸 주려 기다리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낀다고 했다./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할아버지가 준 건 '배'였다. 양손에 쥔 걸 모두 조씨에게 주며 "이런 게 없다. 진짜 배 껍질이 두꺼우면서 참 맛있다"고 했다. 이걸 주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 거였다. 할아버지는 배를 준 뒤 다시 밭으로 들어갔다.

다른 할아버지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씨가 세우자 앞문으로 오르더니 "자자, 가지 가지. 반찬 해먹어라"라며 건넸다. 조씨는 "많이도 주시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조씨가 SNS에 올린 1분짜리 영상은 246만명이 봤다. '좋아요'가 12만 건을 넘겼고 댓글이 1200건 이상 달렸다.

버스 기사에게 가지를 건네는 다른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버스 기사에게 가지를 건네는 다른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사진=조준호씨 인스타그램(@jhkger)

영상을 본 이들은 "농사지은 걸 기사님 나눠 드리려고 버스 오기 전부터 기다리시는 게 너무 감동"이라며 "시골에 손주 내려온다고 하면 밖만 보며 기다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찡하다"고 했다. "버스 기사님이 평소 얼마나 잘하시는지 보인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씨는 "타지역에서 의용 소방대 활동을 10년 넘게 하니 자연스레 어르신들께 인사와 안부를 챙기게 됐다"며 "그래서 편하게 대해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잘 챙기겠다"고 했다.

기차 놓친 할아버지 돕는 영상도 조회수 '600만 회'…"현실이 각박해 위로받는 것"
기차를 놓치고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리던 84세 어르신을 돕는 청년의 모습./사진=인스타그램(@helpfulyun)
기차를 놓치고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리던 84세 어르신을 돕는 청년의 모습./사진=인스타그램(@helpfulyun)

지난달 29일 다른 SNS(@helpfulyun)에는 '기차를 놓친 할아버지를 도우면 생기는 일'이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서울역에서 84세 할아버지가 김천 가는 기차를 놓치자, 이를 본 청년이 티켓 환불과 교환을 도와주는 내용이었다. 청년은 할아버지와 함께 가 다른 기차표를 끊어주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600만 건, '좋아요' 43만 건을 넘겼다. 댓글에는 "진짜 천사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칭찬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 속 따뜻한 영상도 많이 보는 이유는 뭘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히려 갈증이 아닐까 싶다. 현실은 메마르고 경쟁적이고 각박하고 좌절도 많지만, 그럴 때 작은 '샘' 같은 에피소드가 위안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따뜻함이라는 건 애착인데 그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 같다"며 "(SNS 주 사용층인) 젊은 세대는 그런 게 부족하겠지, 생각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 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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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시작하던 마음 잊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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