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취지 등에 반한다" 증인 불출석 의견서 제출
'대법관 재제청' 충돌 전망 속 "인사말로 입장 밝힐수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한 질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질의를 하고 조 대법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장면이 2년 연속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아예 출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감에 참석해 인사말만 하고 이석하는 것이 관례다. 질의에 대한 답변은 법원행정처장이 맡아왔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공식적인 인사말만 한 뒤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신헌법으로 국감이 폐지됐다가 1988년 부활한 뒤 대법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한 전례는 없다.
지난해 대법원 국감에서도 민주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처리과정을 밝혀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을 끝낸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제지하고 90여분간 질의를 이어갔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에 머물면서도 질의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인사말에서 "어떤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사말 등을 통해 일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앞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자진철회 요청'으로 해석할 경우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제청 반려'로 본다면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거나 기존 후보 중 다시 제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일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반영된 삼권분립의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고 국정감사의 권력분립상 한계를 벗어날 뿐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의 신상을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인사에 관한 민감한 사항이나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과도 관련된 대통령과의 협의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청권 행사와 관련해 고발이 이뤄진 상황에서 앞으로 수사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