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텔과 관중

한국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회 장소가 대만의 타이중이었는데 홈 팀의 어드벤티지와 텃세는 의외로 컸다.
대만은 일본서 열린 1,2회 대회 때 1라운드에서 한국과 일본에 밀려 떨어졌다가 마침내 홈에서 열린 3회 대회에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언젠가는 반드시 WBC를 유치해야 하는 필요성도 이번 1라운드 결과를 고려할 때 생겨났다.
그런데 야구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로 야구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가 진행된 대만의 타이중 시(市)는 국제 야구 대회를 많이 유치해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타이중이 야구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야구장은 물론 선수단의 숙소로 활용될 호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국제야구연맹이나 아시아야구연맹이 주관하는 국제 대회가 많이 열린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호텔 등의 인프라도 부족하다. 특히 대회 운영비를 많이 쓸 수 없는 아마추어 대회의 경우 더 열악하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해 제25회 서울세계청소년대회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유스호스텔 및 대학 기숙사 등에 각국 대표 숙소를 마련하기로 하고 열심히 수소문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유스호스텔 등의 숙소가 부족했다. 도저히 찾을 수 가 없었다. 대학 기숙사 등도 방학 기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임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각국 선수단 숙소로 최고 등급은 아니지만 서울 마포의 베스트웨스턴 계열 가든호텔, 그리고 상암동의 스탠포드 호텔을 빌렸고, 본부 호텔은 리베라 호텔로 정했다.
대회를 마친 후 이를 두고 왜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특급 호텔을 잡아서 각국 선수단에게 선심공세를 했느냐는 지적도 나왔는데 이는 우리 한국의 호텔 등 숙소 인프라에 대해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막상 세계규모 대회 숙소를 잡으려 하니까 그럴 만한 숙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대회 비용을 대부분 부담한 서울시도 당연히 절감하려고 서울시 운영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도무지 확보할 수가 없어 특급 호텔 숙소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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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서울이 국제적인 관광 명소로 주목 받으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관광객들이 찾아와 호텔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다행히 이번 서울세계청소년대회는 선수단 숙소 호텔에서 세계 대회임을 고려해 상당히 할인해줘 예산 범위 내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물론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의 경우는 아마추어 국제대회와는 여건이 다르다. 각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위상에 부족함이 없는 호텔을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국제대회를 유치했을 때 또 하나 간과하면 안 될 인프라가 있다. ‘인프라’라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나 ‘관중’이다. 텅 빈 야구장에서 국제대회를 거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한야구협회는 서울 세계청소년 대회를 목전에 두고 개막전 등 각종 행사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연일 개최하면서 가장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 잠실구장 개막식과 한국의 공식 개막전에는 적어도 내야 관중석을 팬들로 채우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리틀야구연맹, 여자야구연맹 등 서울시, 경기도 지역의 팬들을 초청 가능한 조직의 대표들을 참석 시킨 가운데 대책 회의까지 했다. 그러나 확실한 방안이 없었다. 무료입장을 시킨다고 해도 초중고 여름 방학이 끝난 시기라서 방학의 이점을 노릴 수도 없었다. 개막식과 공식 개막전이 중계방송 관계로 낮 2시 경기로 편성돼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올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다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로 했는데 개막식과 개막전은 비가 와서 취소되고 말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됐다.
잠실구장 인근 학교 학생들을 단체로 초청하는 방안도 강구됐으나 수업 기간 중이어서 학교장의 허락을 받기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학교 측에서도 조퇴나 결석 외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고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으면 더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대회를 찾는 관중 인프라는 향후에도 대안이 없는 문제이다. 세계청소년에서는 한국-일본전에 목동구장 내야가 찰 정도의 관중들이 자리 잡는데 그쳤다.
대만의 타이페이와 타이중의 경우 야구장과 호텔은 물론 관중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한국이 4회 혹은 5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3월에도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부산과 고척동 돔구장을 활용할 수 있는 서울에 유치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 경기가 아닌 타국간의 게임에 얼마나 관중을 유치할 수 있느냐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