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19일 구단 측이 선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재계약한 감독이 재계약 직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같은 날 밤. 김성근 감독이 '만년 꼴찌팀'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이 프로 무대에 복귀하는 것은 2011년 중반 SK 와이번스를 떠난 이후 3년 만이다.
'국보' 선 감독과 '야신(야구의 신)' 김 감독이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인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팬들의 마음, '팬심(心)'이다.
선 감독이 KIA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3년간 팀은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이에 선 감독의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구단은 선 감독을 재신임하며 2년간 계약을 연장했고 이에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선 감독은 팬 게시판을 통해 지난 3년간의 성적부진에 대한 사과와 명문 타이거즈를 재건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고 '안치홍 사태'까지 터지면서 결국 선 감독은 "팬들의 마음을 거스를 수 없었다"며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반면 김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된 데는 '3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며 '암흑기'를 보낸 팬들의 요구가 결정적이었다. 한화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김응용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김성근 영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화 팬들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청원 영상입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했고 이 동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26일 낮 12시 기준 15만건을 넘어섰다. 한화 그룹 본사 앞에서는 1인 시위도 이어졌다.
한화가 김 감독을 선임한 데는 팀의 체질 개선 등 다른 판단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팬들의 바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선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팬들의 반대에 부딪혀 스스로 물러난' 첫 감독이 됐고 김 감독은 '팬이 만들어 낸' 첫 감독이 된 것이다.
모든 프로스포츠가 그렇겠지만 국내 프로야구 역시 그동안 팀 운영에 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감독 선임의 문제는 특히 그랬다. 구단을 운영하는 모그룹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팬심'이 만들어 낸 이번 선 감독의 사퇴와 김 감독의 선임이 매우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거나 '야구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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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구'판'이 변한 만큼 팬들도, 구단들도 함께 변해야 한다. 팬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책임감을 갖고 보다 성숙한 팬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구단 역시 팬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고 휘둘리기 보다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도 나름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