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체코와 1차전에서 11-4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는 1회말 선제 결승 만루홈런을 때린 문보경(26·LG)과 함께 대표팀의 두 한국계 타자 셰이 위트컴(28·휴스턴)과 저마이 존스(29·디트로이트)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위트컴은 3회말 솔로 홈런에 이어 대표팀이 6-3으로 쫓긴 5회말 연타석 투런포를 터뜨렸다. 존스는 10-3으로 앞선 8회말 솔로 아치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위트컴과 존스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다. 둘 모두 어머니가 한국 출생이다. 그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대표팀으로 뛸 수 있는 이유는 WBC만의 독특한 규정 때문이다.
WBC는 다른 종목이나 국제대회와는 다르게 국적이 아닌 '혈통'만으로도 출전이 가능하다. 국적은 물론 거주지, 출생지, 그리고 부모와 조부모의 출신만으로도 해당 국가 대표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23년 WBC에서 처음으로 토미 에드먼(31·LA 다저스)이 대표팀에 뽑힌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위트컴과 존스, 그리고 투수 데인 더닝(31·시애틀)까지 한국계 선수가 3명 포함됐다. 당초에는 4명이었으나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31·세인트루이스)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렇다면 WBC는 왜 그런 규정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대회 주관사인 MLB(미국 메이저리그)의 '야구 세계화 전략' 때문이다.
야구는 한국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이지만, 세계적으로 범위를 넓히면 축구 등과 비교해 저변이 취약하다. 그래서 '국적'만으로 출전 대상을 한정할 경우 미국, 일본, 한국, 도미니카공화국 등 몇몇 강국만이 국제대회를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MLB는 이탈리아, 영국, 호주, 이스라엘 등 자국 내 야구 저변은 좁지만 해당 혈통을 가진 메이저리거들이 있는 나라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출전의 문턱을 낮췄다. 그러면서 각국 전력의 '상향 평준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실질적인 이익도 고려됐다. MLB 입장에서는 전세계에 야구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중계권 및 마케팅 수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유명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각자 부모나 조부모의 나라를 대표해 출전하면 그 국가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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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에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혈통'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탈리아 대표팀에는 필라델피아 투수 아론 놀라와 캔자스시티 내야수 빈니 파스콴티노 등 현역 MLB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고, 바하마 출신의 재즈 치좀 주니어(뉴욕 양키스)는 영국 대표로, 유대인 혈통의 미국인 해리슨 베이더(샌프란시스코) 등은 이스라엘 대표로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