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많은 투구 수, 통산 평균자책점(ERA) 8.37의 상대 전적 우려에도 국가대표 마무리는 씩씩했다. KT 위즈의 개막 2연승을 책임진 박영현(23)이 유일한 천적을 상대로 이틀 연속 세이브를 올린 비결을 전했다.
박영현은 지난 29일 잠실 LG 트윈스전 9회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KT의 6-5,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이틀 연속 세이브였다. 박영현은 개막전이었던 28일 LG 상대로 1⅔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져 세이브를 올렸다. 보통 한 경기 투구 수에 2배의 공을 던진 만큼 29일 등판은 어려워 보였으나, 박영현 스스로 등판을 자처했다.
전날 많은 투구 수에도 구위는 여전했다. 박영현은 KT가 6-5로 앞선 9회말 선두타자 오스틴 딘에게 초구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흔들림이 없었다. 문보경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박동원을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사이 대주자 최원영이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문성주를 내야 뜬 공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영현은 "솔직히 어제(28일) 던질 때도 그렇게 힘든 느낌은 없었다. 투구 수가 34개인지 몰랐다. 원래 많이 던지면 식욕도 없어지고 해야 하는데 어제는 더 많이 먹고 쉬었더니 좋은 컨디션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결은 씨푸드의 일종인 보일링 크랩이었다. 박영현은 "유명하다고 해서 친구와 다녀왔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른 지역에도 있는지는 몰라서 한번 찾아보려 한다"고 웃으면서 "그렇게 먹고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몸 풀 때는 무거운 느낌도 있었지만, 등판에서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도 지금 공 정말 좋으니까 아무렇게나 던지고 오라고 하셨다. 나도 마음에 무척 드는 공을 던져서 오늘(29일)은 안 맞을 자신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신인왕도 LG 상대로는 유독 약했다. 2022시즌 데뷔 후 통산 27경기 2승 5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8.37로, 박영현에게 유일한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박영현은 "내가 LG 상대로 전적이 좋지 않다. 홈런, 안타도 많이 맞고 블론세이브도 많이 해서 LG 상대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강했다"라며 "항상 LG만 만나면 못 던지는 느낌이라 올 시즌 개막전이 LG인 걸 알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이렇게 잡게 돼 정말 기분 좋다. 내 공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팀이 이겨서 더 좋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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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춘모(44) KT 1군 투수코치의 조언도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시즌 전 박영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얼마 전 끝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고 구속이 시속 145㎞를 넘지 못했고 성적도 저조했다.

이를 두고 3시즌 연속 69이닝 이상 던져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박영현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WBC에서 구속이 안 올라왔는데 여기서(KT)는 올라온 느낌도 있고 제춘모 코치님이 WBC 다녀와서 내 안 좋은 부분을 고쳐주신 것도 있다. 그게 내가 너무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BC에서는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팔 근육을 다 못 쓰고 팔 스윙이 짧게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걸 제 코치님이 신경 쓰라고 하신 뒤로 훨씬 느낌이 좋고 제구도 잘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구속이 잘 나온 걸 수도 있고 내 밸런스를 찾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살아난 수호신에 KT도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 KT는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 준우승팀 한화 이글스, 올해 우승 후보 삼성 라이온즈 등 강팀을 개막부터 차례로 만난다. 험난한 일정 속에 오히려 승리를 챙기면서 기세도 크게 올랐다.
박영현은 "개막전이 시즌 시작하며 가장 중요한 경기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좋은 스타트를 해서 올 시즌이 더 기대된다. 팀 사기도 더 올라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