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팀 KIA 타이거즈 팬들의 뜨거운 박수와 복잡한 심경 속에 타석에 선 '해결사' 최형우(43)가 결정적인 순간 클래스를 입증했다. KIA 팬들의 환대에 감사함을 드러내면서도 자신 역시 남은 현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넌지시 밝힌 것이다.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1차전. 삼성의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형우는 역전의 발판이 된 적시 2루타와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1홈런) 2볼넷 4타점의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10-3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최형우의 클러치 능력이 가장 빛난 순간은 8회초였다. 1-3으로 뒤진 무사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KIA 투수 전상현의 4구째 직구를 공략해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2루타를 터뜨렸다. 대역전극의 서막을 알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9회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3점 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형우는 오히려 몸을 낮췄다. 그는 "솔직히 8회에는 내가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했다. (전)상현이 공이 너무 좋아서 '이걸 어떻게 치나' 싶었는데, 추운 날씨에 자신 없이 눈 감고 돌린 스윙에 운 좋게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의 또 다른 백미는 KIA의 '대투수' 선발 양현종과 최형우의 맞대결이었다. 양현종은 최형우를 상대로 극도로 신중한 투구를 이어갔으나, 최형우는 노련하게 공을 골라내며 두 차례나 볼넷을 골라냈다.
최형우는 "(양)현종이 공이 시범경기 때와 비교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서 많이 체크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운 좋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구체적인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노코멘트하며 옛 동료에 대한 예우와 존중을 잊지 않았다.
이날 경기 중 관중석에서는 8회 한 KIA 팬이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큰일 났다'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과거 KIA를 두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역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되어 돌아온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최형우는 환하게 웃으며 "저를 그렇게 (위협적인 타자로) 생각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어 "팬분들께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저도 제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먹고 살지 않겠나"고 웃은 뒤 "저를 아껴주셨던 광주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다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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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흔을 넘긴 나이, 최형우는 베테랑다운 솔직한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타석에 들어가면 벌벌 떨린다. 빠른 공에 맞으면 아플까 봐 무섭기도 하다"며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최형우는 벌써 시즌 3호 홈런을 기록하며 나이를 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형우는 "새로운 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전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실 오늘 잘했어도 내일이 또 걱정되는 게 야구 선수 마음이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남긴 채 야구장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