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한 적응기를 두고 쏟아졌던 우려 섞인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주 출신 아시아 쿼터 리그 유일 타자이자 내야수 제리드 데일(26)이 KBO 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다.
데일은 지난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 1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나서 한화의 새 외인 투수 잭 쿠싱을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첫 타석 안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로 펄펄난 데일은 KIA의 4연승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데일은 지난 3월 29일 SSG 랜더스 원정경기부터 이어온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2경기'로 늘렸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외국인 타자 데뷔 이후 최장 연속 경기 안타 행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3시즌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로베르토 페레즈, 2015시즌 LG 트윈스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의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데일의 이 같은 행보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그를 향해 쏟아졌던 이른바 '억까(억지로 까기)'를 완벽히 실력으로 잠재웠다는 점이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기간 한국 야구 특유의 유인구와 피치 클락와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등이 있는 빠른 템포에 고전하며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아시아 쿼터를 투수가 아닌 타자로 뽑았느냐'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본 무대가 시작되자 데일은 완전히 딴판이 됐다.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호주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정교한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워 KIA 타선의 '신형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타율 0.348(46타수 1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39를 기록하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1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이제 야구팬들의 시선은 데일이 역대 외국인 타자 데뷔 후 최장 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쏠린다. KBO 리그 역사에서 외인 타자 데뷔 후 최장 기록은 2003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이시온이라는 외야수다. 등록명은 이시온이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본명은 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이다. 이시온은 지난 2005년 10월 향년 30세의 나이로 대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03년 5월 롯데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그는 그해 5월 27일 한화전부터 6월 14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데일의 신기록 경신까지는 이제 단 5경기 남았다. 지금과 같은 고감도 타격감이라면 이번 주말 시리즈 내에 새로운 역사가 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범호(45) KIA 감독은 데일에 대해 "참 감사한 선수다. 방망이도 정말 짧게 잡고 어떻게든 (출루를 위해) 나가려고 하고, 안타를 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민하는 것을 보면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다. 리그에 적응하면 할수록 본인이 가진 색깔의 야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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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매 경기 증명하고 있는 데일. 그가 23년 전 이시온이 세운 난공불락의 기록을 깨고 KBO 리그 외인 타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