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자기관리 과잉시대' 운동은 수단일 뿐이다

[투데이窓]'자기관리 과잉시대' 운동은 수단일 뿐이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6.04.14 02:00

사람들은 강함과 건강함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때가 있지만, 사실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 근육이 크고 체력이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겉으로 강해 보이지 않아도 더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이 단순한 사실을 자주 잊는다. 강해지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만들어낸 사회적 압력이 크게 느껴진다.

옛말에 "골골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표현이 있다. 언뜻 들으면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이 담겨 있다.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고 늘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사람,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더 오래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지나치게 강하다고 믿는 사람은 한계를 무시한 채 달리다가 어느 순간 크게 무너질 위험이 있다. 건강은 단순히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지속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은 중요하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운동의 목적이 뒤바뀌는 순간에 발생한다. 건강을 위한 수단이었던 운동이 어느새 강함을 과시하기 위한 목표가 되면 문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운동과, 끊임없이 한계를 밀어붙이며 자신을 소모하는 운동은 분명히 다르다.

특히 과격한 운동은 생리학적으로도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지속하면 체내에서 평상시보다 많은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젊고 회복력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항산화 시스템이 이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지만, 40세가 넘으면 항산화 효소의 기능은 급격히 저하된다. 그 결과 세포와 조직은 산화적 손상에 더 취약해지고, 이러한 손상이 누적되면 노화가 촉진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암 발생과도 연관될 수 있다. 결국 과도하고 무리한 운동은 건강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해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사회 분위기를 보면 운동이 하나의 '의무'처럼 강요되는 흐름이 느껴진다. 미디어 속 연예인들은 극단적으로 관리된 몸을 보여주고, 그리스 조각 같은 신체가 마치 건강의 상징인 것처럼 소비된다. 이러한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그것이 정상 혹은 이상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개인의 나이, 체력, 질병 상태와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뚜렷한 자기 기준이 없는 사람일수록 외부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리한 방식으로 자신을 맞추려 한다. 건강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나이와 상태에 맞추어 정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운동이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희생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 사고의 깊이, 정서적 안정,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까지 점차 뒤로 밀려난다. 건강은 단순히 신체적 지표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개념이다.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에 쏟는 모습은, 언뜻 보면 철저한 자기관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균형을 해친다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일까 의문이 든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이'가 '더 좋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영역에서 그렇듯, 적절함과 절제가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만든다. 넘치지 않게, 그러나 부족하지도 않게 유지하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성숙한 삶의 중요한 조건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는 강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운동은 그 과정에서 활용되는 하나의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오래된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과잉의 시대일수록 그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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