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메모하는 사람이었어요."
'농구 선수 출신' 신혜인(41) 씨가 떠올린 '선수 시절' 박철우(41) 우리카드 감독은 늘 무언가를 적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신혜인 씨는 최근 박철우 감독의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우리WON 제5대 감독 취임식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정식 감독 발표 때나 아침에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별로 안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렇게 기자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놀랐고 감사했다. 사실 남편 은퇴식 때는 은퇴하고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담담했는데 오늘(16일)은 긴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 시절 박철우 감독과 신혜인 씨의 러브스토리는 스포츠계 화제였다. 신혜인 씨의 아버지가 신치용(71) 전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신치용 감독은 삼성화재의 실업리그 9연패와 V리그 7연속 챔피언 결정전 포함 8회 우승을 이끈 한국 배구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불린다.
사위 박철우 감독이 2010~2011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5시즌 간 함께 사제 관계로 한솥밥을 먹어 더 큰 화제가 됐다. 그랬기에 장인-사위 관계에 앞서 신치용 전 감독은 박철우 감독에게 영원한 스승이자 멘토였다.
박철우 감독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감독이 됐을 때 '겸손해라'라고 깔끔하게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취임식) 아침에도 '축하한다'고 해주셨는데 그 짧은 말씀 속에 많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그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정신적으로 흔들릴 대 항상 여쭤보면 그 짧은 말 한마디로 내 마음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내 신혜인 씨도 짧지만, 프로 무대도 밟아본 농구 선수 출신이다. 지금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배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박소율(13), 박시하(10) 자매의 든든한 서포터로서 지내고 있다.
신혜인 씨는 "사실 취임식 이틀 전까지만 해도 첫째의 대회 때문에 강원도 삼척에 있었다. 아빠가 아무리 지도자를 해도 딸들도 훈련을 거의 빠질 수 없다 보니 지난 시즌 거의 오지 못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 때, 딱 한 번 다 같이 길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항상 경기장을 찾지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장충체육관과 남편을 향해 있었다. 박철우 감독은 취임식에서 "며칠 전 아내가 '일주일에 집에 한 번만 들어와도 된다'고 하더라. 그만큼 팀에 집중하고 선수들에게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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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3년 안에 우승 한번 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내게 힘을 실어줘서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 아이들도 이렇게 와서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남편을 과감히 맡기기로 한 배경에는 아무 연고도 없던 박 감독을 믿어준 우리카드 배구단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다. 신혜인 씨는 "사실 남편이 우리카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줄 우리도 몰랐다. 하지만 우리카드에서 제안을 해줬고 남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라고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우리카드 배구단은 인연이 없던 박 감독에게 지도자 제의를 한 데 이어, 사령탑 교체 당시에도 과감히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 부부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부담도 있었다.


신혜인 씨는 "사실 감독 대행 때도 (감독이 될) 기회가 빨리 온 것에 다른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자칫하다 지도자 기회가 영영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솔직히 밝혔다.
이어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선수들하고도 잘하려고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구단주님이 체육관에 많이 찾아오시는 등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지난 시즌 결과는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로 나타났다고 본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선수 출신 아내가 본 지도자 박철우는 어떤 사람일까. 신혜인 씨는 박 감독을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으로 정의했다. 신혜인 씨는 선수 때도 내가 막 웃으면서 '당신은 천재형은 아니야'라고 했다. 선수 생활할 때도 만나는 지도자마다 선수 입장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 것들을 메모하고 공부하던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런 인연이 없던 우리카드의 제의도 흔쾌히 수락한 데에도 다른 나라 지도자 스타일을 경험하고픈 열망 하나였다는 전언이다. 신혜인 씨는 "남편은 선수 시절 외국인 감독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대표팀 하는 후배들에게 외국인 감독들은 어떤 방식으로 훈련하는지 매번 물어볼 정도로 늘 궁금해했었다. 파에스 감독님에게도 많은 걸 배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바로 수락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그만큼 선수 시절부터 고민을 많이 하고 굉장히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좋은 기회가 왔으니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공부도 더 많이 해서 우리카드와 함께 잘 해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