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리고 '인간 승리 영웅' 한민수(56)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직무대행은 체육계 인권을 위해 현역 때와 마찬가지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민수 이사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16일부터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지영 전임 이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직을 그만두면서 대행으로 갑작스럽게 스포츠윤리센터의 수장이 됐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났다. 최근 서울 마포에 자리한 스포츠윤리센터에서 그를 직접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한 직무대행은 "사실 처음에 망설임이 컸다. 30년 넘게 장애인 체육 현장에서 활동하며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만, 행정 전문가로서 이 막중한 자리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의 공정성과 인권을 수호하는 핵심적인 곳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감을 느끼고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2024년 8월부터 스포츠윤리센터 이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직무대행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다행히 센터 각 파트의 전문가분들과 실무진이 잘 도와주셔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저는 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임기가 언제까지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센터의 안정성을 꾀하고,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파라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한 직무대행은 그동안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았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주장을 맡는 등 무려 18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누볐다. 그리고 마침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그는 개막식 때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서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불편한 다리로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가 하면, 패션모델과 보디빌더로도 활약했다. 최근에는 중도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직무대행은 "지난 30년 동안 장애인체육 현장에서 선수와 지도자, 협회 사무국장, 그리고 체육회 전문지도위원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은 체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와 제도적 과제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목적이 '체육의 공정성과 체육인의 인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선수와 지도자 모두가 신뢰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 직무대행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 예방을 강조했다. 한 직무대행은 "역시 신뢰와 공정성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신고 건수가 재작년 600건에서 지난해 1200건으로 폭증했다.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업무는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사건 처리가 늦어지거나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신고자와 가해자 양측 모두로부터 불만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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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체육 현장에서 누구나 안심하고 체육활동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조사 이전에 예방이 핵심이라고 믿는다.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조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 침해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교육이 최우선이다. 특히 청소년 선수들은 인권 침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장의 지도자, 학부모, 선수들이 '무엇이 인권 침해인지' 명확히 알고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신고 건수도 줄고 체육계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현재 예산 동결 등 열악한 환경이지만, 문체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예방 교육 콘텐츠를 세분화하고 현장 인권보호관 파견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비리나 인권 침해의 주요 원인 및 구조적 문제에 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는 한 개인의 일탈보다 환경적 요인과 기존의 관행 속에서 비롯된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종목마다 특성이 다르고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기에 별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관행으로 이어지면서 이것이 반복되는 구조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행을 단순히 개선하자는 수준을 넘어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명확한 기준과 제도를 세우고 이를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과 윤리라는 인식이 이제는 많은 이들에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센터 역시 이러한 변화를 위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체육을 발전시키고 약자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올바른 체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인식 전환은 센터와 더불어 체육인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인 공정성이 바탕이 되는 올바른 윤리 의식을 확립하고 현장에 있는 선수, 지도자, 체육계 임직원 모두가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이 현장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고 더 많은 체육인이 안전한 스포츠 환경에서 체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센터는 규정과 절차에 맞는 엄정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피해자 지원 제도처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체육인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에 있는 체육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적 미비점을 수시로 보완하면서 체육인 보호를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은 "저는 체육의 경쟁력이 공정성과 신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공정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규정과 원칙에 근거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스포츠 문화 조성이 가능하다. 선수는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목격하면 침묵하지 않고, 지도자는 책임감을 갖고 선수를 지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심판은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체육 행정 면에서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을 통해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이를 토대로 모두가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에 임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센터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가치나 목표에 관해 "스포츠윤리센터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체육 현장에서 누구나 존중받고 안전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와 지도자, 체육 관계자 모두가 인권을 존중받으며 스포츠 본연의 가치인 공정성과 신뢰가 지켜지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폭력과 비리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통해 체육계 전반의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 센터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 생각한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한편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020년 8월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3에 근거해 체육의 공정성 확보와 체육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4제1항에 따르면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에 해당하는 사항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 경우에 누구든지 스포츠윤리센터로 신고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및 장애인 체육회, 학교 운동부 및 시도 체육회, 프로 스포츠 등 체육계 전반의 인권침해 및 비리 사안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 및 후속 조치를 진행한다. 먼저 조사관이 배정되고 신고인 및 피해자, 참고인, 피신고인 등의 조사를 거쳐 심의위원회에서 징계 또는 수사 의뢰 등을 의결한다. 이후 센터에서 징계 요구를 요청하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해당 단체에 통보되고 징계가 이뤄진다. 또 센터는 법정 교육인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징계 사실 여부 확인서 발급이 가능한 징계 정보시스템, 체육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안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인권보호관 및 피해자 지원 사업,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 등 체육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전 체육인이 연 1회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법정의무교육인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대상별 종류별 교육 콘텐츠로 세분화 및 제작하여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맞춤형 교육으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스포츠 윤리 런'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교육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센터 인권 강사를 직접 현장에 파견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체전이나 종목별 국가대표 선발전 등의 경기에 인권보호관을 파견하여 인권침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