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인터뷰] 드래프트 좌절→대학리그→수련선수→챔프전 우승까지... 김단비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

[은퇴 인터뷰] 드래프트 좌절→대학리그→수련선수→챔프전 우승까지... 김단비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

이원희 기자
2026.06.03 09:33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포워드 김단비가 은퇴를 결정했다. 김단비는 신인 드래프트 좌절 후 대학리그와 수련선수 생활을 거쳐 프로에 입단했으며, 주전으로 성장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경험했다. 그는 자신의 농구 인생을 돌아보며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김단비. /사진=WKBL 제공
인터뷰하는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김단비. /사진=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포워드 김단비(34)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 커리어 내내 여러 스토리를 만들어낸 대기만성형 선수였다. 신인 드래프트 좌절부터 대학리그, 수련선수 생활을 거쳤고, 이를 딛고 주전으로 올라서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경험했다. 김단비는 자신의 농구 인생을 돌아보며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은퇴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2024~2025시즌을 마친 뒤 은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한 시즌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면서 "하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면서 힘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의 정리가 된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고, 제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농구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정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화려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김단비의 선수 생활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의 출발점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청주여고 출신 김단비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큰 실망감에 한때 농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김단비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리그 광주대를 거쳐 2011년 수련선수 신분으로 우리은행에 입단했고, 어렵게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김단비는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않았을 때는 그냥 농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선경 광주대 감독님께서 저를 데려가주셨고, 운 좋게 다시 프로에 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련선수 신분으로 우리은행에 갔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처지였다. 그래서 '무조건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어떻게든 경기에 많이 뛰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는 매년 더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항상 목표한 대로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 올해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되돌아봤다.

경기에 집중하는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경기에 집중하는 김단비. /사진=WKBL 제공

실제로 김단비는 조금씩 성장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1경기 출전, 출전 시간 1분47초가 전부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차근차근 출전 시간을 늘려간 김단비는 2014~2015시즌 정규리그 23경기에 나서며 핵심 식스맨 자원으로 올라섰다. 신장 175cm의 김단비는 좋은 힘을 앞세워 골밑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쳤고, 외곽슛까지 갖춰 활용도가 높은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김단비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버틴 것에 대해 제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솔직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가 아니면, 3라운드 지명선수 또는 저처럼 수련선수로 시작한 선수들은 크게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버텨낸 것만으로도 제게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김단비는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2017년 우리은행을 떠나 부천 하나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3시즌 동안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용인 삼성생명으로 이적한 뒤에도 팀의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삼성생명에서는 커리어 최고의 순간도 만들어냈다. 바로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다.

김단비는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삼성생명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했을 때"라며 "제가 주전으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뛴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삼성생명에서 이룬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김단비 프로필. /사진=WKBL 제공, AI 제작 이미지.
김단비 프로필. /사진=WKBL 제공, AI 제작 이미지.

은퇴를 결심한 뒤 김단비는 삼성생명 동료들로부터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받았다. 룸메이트였던 유하은(20)은 손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김단비는 "하은이의 손편지를 받고 너무 뭉클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른 선수들도 '언니 너무 고생했다', '너무 아쉽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줬고, 부산 원정까지 와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줬다"며 "제가 은퇴하는 것을 누구보다 아쉬워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애정을 보냈다.

아직 제2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김단비는 지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지도자의 길은 열어두고 있다. 그는 "기회가 있다면 지도자도 해보고 싶다.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저를 찾아주신다면 해볼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김단비는 대학 무대를 거쳐 프로에 온 후배들에게도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 현재 강유림(29), 김아름(32·이상 삼성생명), 이명관(30·우리은행) 등은 대학리그를 거쳐 프로 무대에 입성했고, 이제는 각 팀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단비는 "유림이 같은 경우에는 초·중·고교는 물론 광주대까지 저와 같은 길을 걸었다. 프로에서도 하나은행, 삼성생명까지 인연이 이어졌다"며 "유림이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 정규리그 신인상도 받았고, 대표팀까지 간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김단비는 "너무 유명한 동명이인 언니(우리은행 김단비)가 아직도 프로에서 멋지게 활동하고 있어 제 이름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저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묵묵하게 뒤에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내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바랐다.

강유림(왼쪽)과 김단비. /사진=WKBL 제공
강유림(왼쪽)과 김단비.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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