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시즌 KBO 리그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어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좌완 투수 에릭 라우어(31·LA 다저스)가 다저스 이적 후 완벽한 반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 소속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자신을 분노케 했던 '오프너' 전략을 다저스에서도 마주했으나, 이번에는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무엇이 라우어를 바꾸었을까. 답은 바로 '리더의 차이'에 있었다고 한다.
라우어는 지난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역투를 펼치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3개의 볼넷과 2개의 탈삼진이 있었지만 안정적인 투수를 펼쳤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날 라우어가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 윌 클라인이 오프너로 먼저 나선 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초반 토론토에서 6.69라는 처참한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한 뒤 지명할당(DFA) 조치됐던 라우어는 성적 외적으로도 구단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토론토 구단이 자신을 오프너의 뒤를 잇는 '텐덤(주로 2번째 투수를 지칭하는 용어)' 투수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운영을 보여주자, 라우어는 언론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 감정적인 대립은 결국 토론토가 그를 방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라우어는 180도 달라졌다. 미네소타전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의 날 선 모습 대신 오프너 전략을 쿨하게 받아들인 진짜 이유를 고백했다. 데이브 로버츠(54) 다저스 감독의 '납득할 만한 사전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28일 라우어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현지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이 아주 일찍부터 오프너 활용이라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이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고,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나는 내 생각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고,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며, 경기 중에 절대 말을 바꾸지 않겠다'는 확실한 합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라우어는 "(토론토 시절에) 갑자기 계획이 바뀌는 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이라며 "다저스에서는 계획의 확고함이 있었기에 내가 마운드에 나갈 때 최상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토론토 시절 그의 짜증을 유발했던 것은 오프너 보직 자체가 아니라, 경기 중 수시로 계획을 바꿨던 토론토의 '불통'이었음을 저격한 셈이다.
다저스는 평소 투수진을 운용할 때 선수들에게 미리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등판 타이밍을 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투명한 소통'은 라우어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였고, 이는 성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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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어는 다저스 합류 이후 5경기(4차례 선발)에 등판해 2.54라는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토론토 시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번 시즌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팔꿈치)과 타일러 글래스노우(등)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 수행해 주고 있는 라우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지난 시즌 토론토에서 104⅔이닝을 던지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라우어는 다저스의 열린 소통 시스템 안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리더의 명확한 설명과 신뢰가 어떻게 선수를 바꾸는지, 라우어는 몸소 증명해 내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