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맞은 공은 진짜 빈볼이었을까. 베테랑 해설가는 보복구라고 확신했다.
이정후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치러진 2026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시즌 6호 홈런과 2루타를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25경기 연속 무홈런 침묵을 깨며 모처럼 멀티 장타를 폭발했다.
우익수 수비에서도 기막힌 점프 캐치와 정확한 보살로 에인절스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공수에서 펄펄 날며 샌프란시스코의 9-2 완승을 이끈 이정후는 시즌 타율 3할대(.302)를 회복했고, OPS도 .753에서 .771로 끌어올렸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7회말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에인절스 우완 커비 예이츠의 5구째 시속 91.7마일(147.6km) 포심 패스트볼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았다. 다행히 팔꿈치를 감싼 보호대를 맞아 큰 충격을 피했지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주관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 해설가 마이크 크루코는 “이건 보복구다. 팔꿈치 보호대를 맞았지만 그렇다고 안 아픈 것은 아니다”며 “에인절스 입장에선 잭 네토의 머리 근처로 날아간 공에 대해 어느 정도 되갚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7회초 에인절스 1번 타자 네토가 샌프란시스코 투수 트리스탄 벡의 2구째 시속 96.4마일(155.1km) 포심 패스트볼에 오른 손등을 맞았다. 샌프란시스코가 9-0으로 크게 앞서며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초구에 이어 연이은 몸쪽 공에 에인절스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
이정후는 1루에 나간 뒤 윌리 아다메스의 유격수 땅볼 때 2루에서 포스 아웃돼 덕아웃에 들어왔다. 이후 트레이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크루코는 “이정후가 팀을 위해 희생한 셈이다. 2루에서 포스 아웃된 뒤 덕아웃에 들어오면서 ‘왜 라파엘 데버스를 안 맞히고 나를 맞혔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투수 입장에선 덩치가 크고, 맞으면 마운드로 달려들 것 같은 선수보다는 자신보다 체격이 작은 선수를 맞히고 싶어 한다. 데버스는 덩치가 크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보복구는 그 팀의 중심 타자가 맞기 마련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선 데버스가 맞아야 하는데 7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그에겐 빈볼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이정후도 5구째 공에 맞기 전까지 빈볼성 공이 없었다. 볼카운트 1-2로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상황에서 사구가 나왔다. 제구가 안 된 공으로 볼 수 있지만 크루코는 빈볼이라고 확신하며 이정후의 상대적으로 작은 채격이 보복구의 대상이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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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8회 수비를 앞두고 대수비로 교체돼 혹시 모를 부상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샀다. 하지만 경기 후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괜찮다. 통증이 있겠지만 다행히도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사구가 아니었어도) 휴식 차원에서 교체해줄 계획이었다. 우익수 수비와 주루에서 워낙 많이 뛰어다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휴식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교체 사유를 밝혔다.
이어 바이텔로 감독은 “오늘 이정후는 모든 면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쇼를 보여줬다. 타구를 잡지 못해도 그물망까지 따라가는 허슬 플레이도 보여줬다. 경기의 모든 면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며 이정후에게 골드글러브 후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곳(오라클파크)에서 우익수 수비는 매우 어렵다. 이정후가 경기 흐름을 바꿔 놓는 결정적인 캐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생각해 보라. 로건 웹이 던질 때 마침표를 찍은 수비도 있고, 슬라이딩 캐치로 분위기를 바꾼 적도 많았다.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할 때부터 그는 수비가 약하다는 의구심을 털어내려고 했고, 실제로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두 번의 호수비로 도움받은 투수 로비 레이도 “이정후는 시즌 내내 우익수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정후는 그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항상 외야에 나가 담장 맞고 튀어나오는 타구를 처리하는 연습을 한다. 올해 그가 담장 맞은 타구를 잘 처리해 타자가 2루까지 가는 것을 막아낸 게 얼마나 많은가. 그만큼 이정후는 수비에 진심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 두 번의 수비는 정말 엄청났다”고 고마워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