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좌완 이승현(24·삼성 라이온즈)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승현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1회초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5⅔이닝 동안 74구를 던져 2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선발 등판한 양창섭이 1회부터 흔들렸고 1실점을 한 뒤인 1사 2,3루에서 노시환의 헬멧을 맞히고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불펜이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던 상황. 이승현이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는 물론이고 볼넷, 희생플라이나 내야 땅볼에도 추가 실점할 수 있었으나 채은성에게 전매특허 커브를 뿌려 병살타를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2회를 깔끔히 마친 이승현은 3회 한화의 중심 타선인 요나단 페라자, 문현빈, 강백호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결정구는 모두 이승현의 최고 무기 커브였다.

4회 선두 타자 노시환에게 2루타를 맞고 채은성의 희생플라이에 이어 폭투를 범하며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이후에도 큰 흔들림 없이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5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이승현은 6회에도 등판해 다시 한 번 세 타자 만에 이닝을 끝냈다.
6회말 최형우의 스리런 홈런이 나오며 5-2로 점수 차를 더 벌렸고 7회부터 또 다른 불펜진에 공을 넘기고 내려왔다.
그러나 7회초 한화 타선에 호되게 당했다. 바뀐 투수 우완 이승현이 채은성과 허인서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고 이어 등장한 임기영이 2아웃을 만들었지만 이원석에서 내야 안타를 맞은 뒤 페라자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3개의 공 결코 실투라고 볼 수 없었지만 한화 타선의 방망이는 세차게 돌았고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좌완 이승현의 공이 위력적이었다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날 등판하면 3연투에 걸리는 투수가 4명이나 있었고 박진만 감독은 "3연투에 걸리는 투수들이 몇 명 있다. 그 선수들은 배제하려고 한다"면서도 "투구수가 적어 3연투라도 나갈 수 있는 선수는 나갈 수도 있다. 내일 날씨를 봐야 되겠지만 우선 비 예보가 있기 때문에 오늘까지는 활용할 수 있는 불펜 자원은 다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급적 투수를 아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3연투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좌완 이승현의 호투에 불펜진 활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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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갑자기 등판하게 된 이승현(좌)이 긴 이닝을 책임지며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며 "오늘 불펜진에 미출전 선수들이 있었던 상황이라 이승현이 오래 마운드를 지켜준 게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로컬보이 이승현은 데뷔 후 세 시즌을 불펜 투수로 활약했으나 2024년부터 선발로 변신했다. 올 시즌도 선발로 시작했지만 부침을 겪었다. 특히 지난 4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⅔이닝 동안 11피안타 8볼넷 12실점하며 무너졌고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2⅔이닝 4실점한 뒤 2군으로 향해 71일을 머물렀다.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쉽게 콜업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승현에게 매우 힘겨운 시간이었다. "야구하기가 싫었다. 성적도 안 나오고 공도 안 좋고 욕도 많이 먹으니까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다시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더 열심히 하고 준비 잘하고 (김)동호 코치님께서 멘탈적인 부분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도와주셔서 저에겐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진만 감독도 시즌 초반 부진할 땐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지만 7월 복귀 후 불펜에 큰 힘이 실어주는 호투를 펼치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현에게도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안 좋았던 투구들을 하다가 후반기 들어와서 조금 반등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팀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12월에 군대를 가지만 가기 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가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도 완전히 털어냈다. 2달 간 자리를 비웠던 만큼 남은 시즌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제가 못해서 선발에서 나와 중간 투수로 가게 됐지만 지금 있는 자리로도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팀에서 뛰고 같이 경기를 하고 순위 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정말 좋다"며 "제가 우승을 시킨다기보다는 힘을 잘 보태려고 한다"고 전했다.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그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들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승현은 "말로 하기는 어렵고 너무 많은데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며 "제가 힘들 때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다. 좋은 말을 해 준 분들이 많아서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