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에서 이율예(20·SSG 랜더스)의 뒤를 잇는 또 한 명의 대형 포수가 나왔다. 올해 고교 포수 최대어로 꼽히는 원지우(18)가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원지우는 지난 7일 제14회 18세 이하(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 승리에서 대표팀 벤치가 꼽은 '언성 히어로'였다.
남인환 한국 야구 대표팀 코치는 경기 후 "4회말 1사 1루가 오늘 경기의 승부처였다. 원지우가 발 빠른 상대 2번 타자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정윤진 대표팀 감독 역시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 감독은 "대만전에서 원지우가 타석과 상관없이 수비에서 만점 활약을 펼쳐줬다.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며 "특히 리드 능력이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원지우는 주자가 나갈 때마다 안정적인 블로킹과 과감한 리드로 하현승(부산고), 엄준상(덕수고)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9일 대만 타이베이 대표팀 숙소에서 현장 취재진과 만난 원지우는 "4회 위기 상황에서 도루를 저지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왔다"고 웃었다.
원지우는 경기 삼일초-수원북중을 거쳐 강릉고로 야구 유학을 떠난 우투우타 포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181㎝, 85㎏의 다부진 체격에 콤팩트한 스윙과 강한 어깨, 과감한 리드가 강점으로 꼽힌다.

처음부터 포수였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투수와 3루수를 병행했다. 그러다 팀에 포수가 필요해지자 직접 자원했고, 이후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지우는 "포수는 그라운드의 지휘관이라고 생각한다. 기둥이 단단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듯 내가 단단해야 팀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타격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타율 2할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타율 0.400(80타수 32안타), 1홈런, 24타점, 27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 한화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당시에도 타율 0.396, OPS 1.088을 기록하며 이미 공격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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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우는 성장 비결을 마음가짐에서 찾았다. 그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지난해까지는 다소 수동적으로 훈련했다면 올해는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임했다"며 "프로 진출 전 마지막 1년이라는 생각으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자는 각오로 올해 임했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좋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수원북중 시절부터 타격 재능이 있는 포수로 유명했다. 강릉고에 가서는 수비형 포수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수에서 꾸준히 성장했다"며 "이율예가 강릉고 시절 보여준 것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역시 "강릉고에서 많은 경기 경험을 쌓은 것이 강점이다. 포수를 평가할 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안정감을 높게 샀다.
원지우의 강점은 역시 수비다. 2루 송구 팝타임 평균 1.9초의 강한 어깨를 갖췄고, 경기 흐름을 읽는 리드 능력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그리고 그가 닮고 싶은 선수 역시 강릉고 선배 이율예다. 원지우는 롤모델을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이율예 형"이라고 답했다.
이율예는 2년 먼저 프로 무대를 밟아 데뷔 시즌부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대담함까지 보여줬다. 둘은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원지우는 "대만전을 마치고도 (이)율예 형에게 연락이 왔다. 잘하고 있다면서 포수는 수비가 중요하니까 타격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수비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올해 고교 무대에는 덕수고 설재민, 휘문고 유제민, 광주일고 김선빈, 배재고 임태강 등 포수 자원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원지우는 공·수의 균형과 경기 경험, 대표팀에서 보여준 수비 안정감까지 더하며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되는 포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하현승, 엄준상, 박근서, 윤예성 등 한국 야구의 미래로 꼽히는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장점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원지우는 "난 플레이든 리드든 뭐든 과감하게 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하며 "(이)율예 형의 수비 능력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과감한 플레이를 닮고 싶다. 강릉고 포수의 계보를 잇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