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와 타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메이저리그를 뛰었던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도 결국 사람이었다. 투타 겸업의 과부하와 잇단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이에 사령탑 데이브 로버츠(54) 다저스 감독 역시 "진작 쉬게 했어야 했다"며 뼈아픈 자책의 목소리를 냈다.
다저스 구단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을 마친 뒤 오타니의 15일짜리 부상자명단 등재를 공식 발표했다. 등재 일자는 지난 9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소속 J.P. 훈스트라 기자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오타니는 마이애미-신시내티로 이어지는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고 로스앤젤레스에 남아 치료와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4일간 벤치를 지킨 뒤 야심 차게 복귀전을 치렀지만, 몸 상태가 나아지기는커녕 통증만 재확인한 채 결국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사실 최근 1주일 동안 오타니가 소화한 경기는 단 1경기에 불과했다. 복귀 무대였던 8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지명타자(DH)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 침묵에 그쳤다. 다저스 구단은 오타니에게 타격에만 집중하면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로버츠 감독은 8일 경기 후 오타니가 타석을 소화한 뒤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고 전하며, 몸이 결코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오타니의 이상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그는 목, 오른쪽 이두근, 왼쪽 무릎 등에 걸쳐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특히 8월초 마운드 복귀를 위해 투구 재개 허가를 받은 뒤 타격 지표는 급격히 하락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피칭 훈련을 병행한 뒤의 성적은 타율 0.198, 4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89에 그쳤다. '투수 오타니'의 완벽한 복귀를 준비하느라 '타자 오타니'의 밸런스마저 함께 무너진 것으로 모두가 해석했다.
결국 무리한 복귀 시도는 씁쓸한 후회로 남았다. 일본 야구 매체 베이스볼채널이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로버츠 감독은 "지금 상황을 돌아보면, 지난주에 진작 그를 IL에 올렸어야 했다.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자책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나흘 정도 휴식을 취하면 충분할 거라 판단했었다"며 오판을 인정했다.
투타 겸업 슈퍼스타의 공백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에 분명한 타격이다. 그러나 어정쩡한 몸 상태로 버티다 팀과 선수 모두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확실한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낫다고 뒤늦게 판단한 모양새다. 이번 시즌 다저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월드시리즈 3연패'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야구의 신'에게 쉼표를 찍어주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