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대구, 손찬익 기자] 124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다시 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 출신 파이어볼러 윤성빈이 강력한 구위를 과시하며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최고 153km의 빠른 공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반가운 건 ‘던질 줄 아는 투수’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성빈은 지난 13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2-5로 뒤진 8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5월 1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 이후 124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윤성빈은 안현빈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데 이어 샘 힐리어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현수까지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공 9개면 충분했다.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찍혔고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적절히 섞어 KT 중심 타선을 잠재웠다.
김태형 감독도 윤성빈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윤성빈은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필승조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빈에게 이번 1군 복귀가 더욱 의미 있는 건 단순히 빠른 공을 되찾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빠르게’ 던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의 투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시간을 거쳤다.
윤성빈은 “1군에서 내려왔을 당시 전체적으로 투구 밸런스가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빠른 공을 던지거나 힘으로 타자를 상대하려는 부분이 강했던 만큼 제 투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김현욱 투수 코치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댔다. 단순히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매달리는 대신 ‘어떻게 타자를 상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윤성빈은 “김현욱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제가 어떤 방향으로 투구해야 하는지를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타자의 상하 코너를 어떻게 공략할지, 힘을 많이 쓰지 않고도 원하는 곳에 꾸준히 공을 던질 수 있는 밸런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불펜 피칭과 경기에서도 구속보다 스트라이크 비율과 제구, 변화구 완성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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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연투하거나 등판 간격이 짧아져도 이전처럼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볼넷도 줄어들었다.
윤성빈은 “최근 퓨처스에서 준비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경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연투하거나 등판 간격이 짧은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고 스트라이크 비율이 좋아지면서 볼넷이 줄어드는 것도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최고 153km를 찍고도 정작 윤성빈 자신은 구속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스피드건 숫자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솔직히 현재 구속 자체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지금은 구속에 욕심을 내기보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와 승부할 수 있는 투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시즌 목표 역시 명확하다. 빠른 공 하나에 의존했던 투수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윤성빈은 “남은 시즌에도 지금 잡아가고 있는 투구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어떤 상황에서 등판하더라도 볼넷을 최소화하고 공격적으로 타자와 승부하면서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대한 집중해서 팀이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때 윤성빈을 설명하는 가장 강렬한 단어는 ‘구속’이었다. 하지만 124일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윤성빈은 이제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보다 ‘어떻게 던질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9구 삼자범퇴와 최고 153km보다 더 반가운 변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