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힘들다는 유격수로 매년 130경기 이상을 뛰는 일을 8년 동안 반복했다. 두산 베어스 박찬호(31)가 KBO 리그 내야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영역에 도달했다.
박찬호는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3-15로 크게 패했지만, 자신의 시즌 130번째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한 박찬호는 몇 안 되는 위안거리였다.
첫 타석부터 출루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찬호의 타구가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의 글러브를 맞고 외야 중앙으로 흘러 안타가 됐다. 빠른 발로 상대 2루수의 포구 실책 때 2루, 김민석의 땅볼 때 3루까지 향했고 유니오 세베리노의 적시 2루타에 홈을 밟았다. 2회 다시 좌전 안타를 친 뒤 다음 타석에서는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기가 크게 기운 뒤인 7회말 수비를 앞두고 박지훈과 교체되며 하루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출전 자체로 박찬호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찬호는 2019년 133경기를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8시즌 연속 130경기 이상 출장에 성공했다. KBO 리그에서 이 기록을 먼저 세운 선수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130경기 이상 나선 손아섭(38·두산)뿐이다. 박찬호는 역대 두 번째이자 내야수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더구나 포지션은 유격수다. 전후좌우로 바쁘게 움직이고 순간적인 방향 전환, 강한 송구를 경기마다 반복해 체력 소모가 심한 자리다. 기존 130경기 이상 연속 출장 기록에서도 유격수는 김성현(은퇴), 오지환(36·LG 트윈스), 심우준(31·한화 이글스) 등이 5시즌 연속을 기록했지만, 박찬호는 그보다 훨씬 긴 8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장충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2014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도루왕 2회(2019·2022년), 수비상 2회(2023~2024년), 골든글러브 1회(2024년)를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총액 28억원·인센티브 2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화려한 수상 경력과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도 매력이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 내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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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최근 5시즌 동안 유격수로 5481이닝을 소화해 같은 기간 1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19일 경기 전까지 128경기에서 1084⅓이닝을 책임져 포지션을 막론하고 리그 수비이닝 3위, 유격수 중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기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원형(54) 두산 감독은 대견함보다 먼저 미안함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19일 경기 전 "(박)찬호 같은 경우는 저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수비에서도 유격수고, 우리가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는 경기가 많지 않아 빠질 수 없는 경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쉽게 빼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그래도 어쨌든 경기를 군말 없이 계속 나가고 이닝을 소화해주는 게 감독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박찬호의 존재감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안재석(24), 김민석(22), 박준순(20) 등 젊은 야수들이 1군에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편하게 다가가다가도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두산 구단 관계자도 "박찬호는 어린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어떤 선수든 박찬호의 말이면 잘 따른다"고 귀띔했다.
2019년부터 2026년까지 8시즌. 팀도 바뀌었고 계절도 수없이 지나갔지만, 박찬호는 늘 2루 베이스와 3루 베이스 사이에 있었다. 80억원 FA의 가치는 화려한 한 경기뿐 아니라, 매일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데서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