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유의 사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지배해 온 맨체스터 시티가 재정 페어플레이(FFP) 규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지난 10여 년간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를 대거 박탈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매체 'BBC'는 27일(한국시간) "맨시티 사건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규정을 위반한 기간 동안 획득한 8개의 트로피를 박탈해야 하는지 여부"라며 "라이벌 구단 팬들은 트로피 박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다만 EPL 사무국과 각 구단 내부에서는 과거 타이틀 박탈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매체는 "최종 징계 수위는 아직 열리지 않은 독립 징계위원회의 제재 청문회에서 결정된다"며 "승점 삭감, 막대한 벌금, 혹은 EPL 퇴출이 더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독립 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과거 우승 박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앞서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26일 EPL 독립 사법위원회가 맨시티에 제기된 115건의 혐의 중 114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2019년 조사 착수 이후 2023년 기소, 2024년 말 12주간의 청문회를 거쳐 무려 21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위원회는 맨시티의 정확한 재무 정보 제공 실패(54건), 선수 및 감독 급여 세부 내역 누락(14건),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 위반(7건),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 위반(5건), 조사 불응(35건) 등 핵심 항목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맨시티가 혐의 기간 동안 따낸 우승 기록의 박탈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EPL 규정집에는 트로피 박탈이 직접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소급 적용을 통한 우승 취소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EPL 역사 자체가 송두리째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맨시티가 타이틀을 박탈당할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11~2012·2017~2018)와 리버풀(2013~2014)이 리그 우승 트로피를 넘겨받게 된다. 과거 조세 무리뉴 감독은 2017~2018 맨유를 이끌고 맨시티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을 두고 "우리에게 우승 트로피와 보너스를 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컵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FA컵에서는 스토크 시티(2010~2011), 리그컵(EFL컵)에서는 선덜랜드(2013~2014), 리버풀(2015~2016), 아스널(2017~2018),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첼시(2012~2013)가 승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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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서 과거 우승 기록이 취소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는 2006년 칼치오폴리 심판 배정 매수 스캔들로 2004~2005과 2005~2006 세리에A 우승 타이틀을 모두 박탈당했다. 당시 첫 번째 타이틀은 공석으로 남겨졌고, 두 번째 타이틀은 2위 인터밀란에 승계됐다.
트로피 박탈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라이벌 구단들의 '줄소송'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번리가 과거 에버턴의 PSR 위반으로 강등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600만 파운드(약 460억원)의 배상금 판결을 받아낸 명백한 선례가 존재한다. 맨유와 리버풀을 비롯한 복수의 구단들은 맨시티 부정행위 탓에 놓친 리그 순위 상금과 챔피언스리그 진출 무산에 따른 수천억 원대 수익 손실에 대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맨시티는 조사 초기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고, 이번에도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다만 전례 없는 규모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징계위원회의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잉글랜드 축구의 판도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