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는 우승하면 그냥 좋고 다들 잘했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정말 감동입니다."
'우승 청부사'의 관록과 '유관 기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43)가 친정팀 복귀 1년 만에 캡틴 구자욱(33)과 '베테랑 포수' 강민호(41)의 손에 그토록 염원하던 생애 첫 한국시리즈(KS) 우승 반지를 끼워줬다.
삼성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년 이후 12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최형우는 온몸이 성한 곳 없는 상태였지만, 환한 미소 속에 진한 여운을 숨기지 못했다.
정확히 개인 통산 7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최형우에게도 이번 정상 등극은 유독 남달랐다. 최형우는 "이번 우승은 유독 스토리가 많았던 것 같다"며 "오랜만에 라팍에 돌아와 처음으로 홈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다들 우리가 질 거라고 예상했고 부상 선수도 너무 많았다. 솔직히 9명 대 5명이 싸우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다들 아팠는데, 그걸 다 이겨내고 정상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라고 벅찬 소회를 털어놨다.
우승의 결정적 분수령으로는 수원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를 꼽았다. 최형우는 "2차전은 서로 약간 '져주기' 흐름으로 갈 뻔했는데, 마지막에 우리가 승리하면서 상대의 기운이 다 빠질 거라 생각했다. 3차전부터 상대 타격감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제 우리에게 승기가 왔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번 시즌 활약에 대한 자평을 묻자 최형우는 "예전엔 100점을 잘 안 줬던 것 같은데, 이번엔 100점을 줘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풀타임 출전은 물론, 팀 내 줄부상 악재 속에서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5경기 등 도합 포스트시즌 10경기나 좌익수 수비를 도맡아 뛰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나이도 이 나이에 1년을 풀로 뛰었고, 수비 나간 부분은 기사 좀 강하게 써서 구단에서 보너스라도 더 받게 해달라"고 취재진에게 유쾌한 농담을 던지면서도 "사실 지금 골반, 허리, 목 할 것 없이 다 아프다. 재활센터에 한 달은 들어가야 할 정도로 온몸이 주저앉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내면 밑의 후배들이 보고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며 맏형다운 투혼을 전했다.
'친한 선배'였던 박진만 감독의 '수비 기용'에 대해서도 "다행히 수비 나갈 때마다 어려운 타구가 안 오고 쉬운 타구만 왔다. 저를 외야로 내보내면서 (구)자욱이도 지명타자로 칠 수 있었고, 다들 자기 위치에서 헌신했기 때문에 감독님께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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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강민호가 전달했던 비화도 공개했다. 최형우는 "(양)의지한테 강민호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민호가 1승 남았다고 막 간절해하니까 '그 팀에 금돼지(최형우) 있지 않냐,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켜 줬다고 하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최형우는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삼성 팬들을 향해 "처음 다시 왔을 때 정말 너무 많은 환영을 해주셔서 어떻게든 우승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며 "비록 나이 많은 '노인네'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이렇게 (선수 생활) 마지막 무렵에 우승을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