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리인하 불구 "급락"

[뉴욕마감]금리인하 불구 "급락"

손욱 특파원
2001.08.22 05:41

[뉴욕마감]금리인하 불구, 주가 폭락

2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예상대로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개장후 강보합세를 유지하며 발표내용을 기다리던 뉴욕증시는 발표직후인 2시 10분부터 급락하며 이날을 기점으로 단기간이나마 증시의 랠리를 기대하던 월가를 곤경으로 몰아 넣었다.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금리인하의 효과를 기다렸던 투자자들이 연준이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경기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한 데 크게 우려하며 주식을 내다 팔았다. 나스닥은 2.7%, 다우지수는 1.4% 하락했다. 이는 금리인하 발표직후 마감때까지 약 2시간동안 하락한 것이었다.

나스닥지수는 개장후 전날 수준에서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연준의 금리인하 발표직후 추락하기 시작해 이것이 마감때까지 이어지며 큰 폭 하락했다. 2시간도 채 못 돼 3% 가까이 하락할 정도로 하락속도가 빨랐다. 전날보다 50.05포인트(2.66%) 하락한 1,831.3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지수도 강보합세를 보이던 지수가 금리인하 발표직후 마감때까지 약 2시간동안 급락하면서 전날보다 145.93포인트(1.41%) 하락한 10,174.14를 기록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월카드, 홈디포, 프록터 앤 갬블 등 소매주, 금융주가 부진했던 반면 휴렛팩커드, 인터내셔널 페이퍼, 쓰리엠은 소폭 상승했다.

S&P500지수는 14.15포인트(1.21%) 하락한 1,157.26을, 러셀2000지수는 6.63포인트(1.38%) 하락한 472.24를 기록하며 이날을 마쳤다. 대형주 소형주 가릴 것 없이 매도세가 몰려 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의 금리인하는 올 들어 일곱 번째로, 총 3.0%포인트 금리가 인하되면서 연방기금(Fed Fund) 목표금리는 연초의 6.5%에서 3.5%로 낮아지게 됐다. 이는 1994년 4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현 경기침체에 대해 정책당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연준 역사상 일련의 금리인하조치중 가장 공격적이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지난 1990년 7월부터 1992년 9월까지의 5%포인트 금리인하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연준이 현 경기를 보는 심각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연준의 이러한 공격적인 처방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알리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월가는 이날의 금리인하를 환영하지 않았다. 더욱이 연준이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췄음에도, 금리인하폭이 당초 예상했던 것이었고 금리인하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실망 매도세가 증시를 강타했다.

연준은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는 만큼 연내 다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6주 후에 있을 10월 2일의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의 주가하락은 지난 6월 27일의 금리인하후 다우는 100포인트, 나스닥은 200포인트 하락하는 등 증시가 여전히 부진했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책당국의 놀라울만큼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자체보다는 경기회복이나 기업수익 개선 등 정책효과를 보기 원하는 투자자들의 실망매도세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의 거시지표 발표내용을 보면 경기회복의 신호가 미약하나마 감지되고 있었다. 경기선행지수가 연 4개월째 상승했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소비지출, 주택시장의 여전한 강세 그리고 제조업 부문과 고용상황의 개선 조짐 등 보기에 따라서는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들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월가 일부 전문가는 이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 이것이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러나 연준은 이날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한편 연준은 일련의 금리인하 조치와 정부의 감세 리펀드 체크(세금정산수표) 발송이 맞물리며 지나친 유동성공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연준은 고용시장과 실물시장의 부양을 위한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거래량은 평소보다 약간 적은 수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1억주, 나스닥에서 13억주가 거래됐다. 주가가 내린 종목수가 오른 종목수를 상회해 양대 시장에서 각각 17:13, 23:13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4.29%, 하드웨어 2.01%, 인터넷 3.69%, 멀티미디어 2.05%, 소프트웨어 3.38%, 텔레콤 2.44%, 네트워킹 2.72% 등 기술주 외에도 소매 2.55%, 항공 2.55%, 증권보험 1.26% 등 금리인하에 쉽게 랠리를 보이는 부문까지 큰 폭하락해 이날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금, 화학주만이 소폭 상승했을 뿐이었다.

거래가 활발했던 종목으로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루슨트 테크놀로지 +0.93%, 노텔 네트워크 -4.54%, 제너럴 일렉트릭 -2.29%, 타이완 세마이컨덕터 -7.20%, EMC -3.06%, 씨티그룹 -0.84%, 센던트 +1.75%, AOL 타임 워너 -0.65%, 귀던트 코포레이션 +12.63%, 파이저 -1.76%, 갭 -2.66%이 상위를 차지했다.

나스닥시장에서는 시스코 시스템 -4.85%, 썬 마이크로시스템 -2.65%, 인텔 -3.30%, 오라클 -4.25%, 마이크로소프트 -2.82%, 아메리칸 이글 아웃핏터 -29.01%, JDS 유니페이스 -4.79%, 메트로미디어 파이버 네트워크 -10.75%, 델 -2.42%, 넥스텔 -7.94%의 거래가 활발했다.

애질런트 테크놀로지(+2.4%)는 전날 마감후 3회계 분기 주당 2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손실규모는 월가에서 예상했던 35센트보다 적은 것이어서 이날 주가가 상승했다. 애질런트는 내년 중반까지 총 4천명의 인력을 감원할 것임도 아울러 밝혔다.

타겟(-4.9%)이라는 소매업체는 월가의 예상대로 주당 30센트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발표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스테이플즈(-4.4%)도 월가의 예상 주당 9센트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소매주의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의류업체인 아메리칸 이글 아웃핏터(-29.0%)는 주가가 폭락했는데 2/4분기 수익은 월가의 예상대로 21센트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으나 3/4분기 수익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탤봇(-6.0%)도 월가의 예상을 1센트 넘어서는 28센트의 주당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으나 역시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고급 가방회사인 코우치는 투자은행의 투자등급 상향 조정에 힘입어 주가가 8% 올랐다.

아마존 닷컴(+2.4%)은 프루덴셜 씨큐리티의 투자등급 상향조정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인터넷 주 전체의 상승을 이끌어내며 인터넷지수도 1.8% 올랐다.

모토로라(+0.5%)는 UBS 워버그가 4/4분기부터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소폭 올랐다.

의료기구 제조업체인 귀던트 코포레이션(+12.7%)이라는 회사도 투자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주가가 올랐다.

한편 이-트레이드(+8.1%)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소프트뱅크라는 대주주의 보통주 9백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날의 절망에 가까운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증시는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몇 차례의 금리인하때도 금리인하 당일보다는 다음날 랠리를 보였다는 점을 기억해 낸 듯 하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못 박으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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