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규 부장]코스닥 강정호 사장 원고

「고무신 신고 달리기」는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인기 있는 장애물 경주종목이다. 옛날에는 고무신이 전천후여서 비가 오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고 맨발로 신어도 편한 그야말로 한국적인 성공 디자인 제품이었다. 그런 고무신이 이제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세계화, 글로벌스탠다드, 글로벌환경이다 하면서도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잘되는 기업을 더 잘되게, 잘 안되는 기업은 빨리 망하게 하는 장치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망하게 되면 플러스의 외부효과가 크다.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자원이 보다 잘 운용될 수 있도록 해방되는 것이다. IMF 이후 10,0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생길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대기업, 금융 기관의 구조조정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시장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상시구조조정은 정말 쉽다. 시장경제가 발달한 나라는 주식시장이 잘 발달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기업자금조달의 50%∼70%가 주식발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고 시장가치가 급락하게 되면 새로운 자금조달은 불가능해진다. 금융기관차입은 말할 것도 없고 채권발행도 안되게 된다. 자연스럽게 망한다.
우리나라는 IMF이후 많이 바뀌었다. 많은 재벌들이 사라졌다. 기업의 크기, 종업원 수, 공장의 크기매출규모 등등 외형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글로벌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우리는 고무신 신고 달리기를 아무 생각없이 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일컫은 증권시장에서도 고무신 신고 달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거래소와 맞먹는데도 아직까지 많은 신문의 증권시세난을 보면 거래소주식은 주식시세이고 코스닥주식은 코스닥시세이다. 코스닥주식은 제대로 된 주식이 아니라는 냄새가 난다. 증권시장의 가장 큰 의의는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기능이다. 매매거래는 되나 신규자금공급기능이 없다면 1차적인 기능은 제로가 되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육성할 의의가 없어지게 된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을 통하여 8조원 가까운 주식자금이 중소벤처기업에 공급되었다. 178개 기업이 새로이 IPO(공모)를 거쳤다. 코스닥시장은 덩치는 작지만 거래도 활발하고 기업자금공급기능도 충실한 시장이다.
뉴욕거래소는 1792년 설립되어 200년이 넘고 나스닥은 막 30년이 되었다. 나스닥의 거래대금은 뉴욕거래소의 두배가 넘는다.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도 나스닥이 월등히 높다. 일부 우량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투자자가 시장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쉽게 덤벼들지 않는 것은 리스크로 보이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갖추도록 제도·관행을 바꿔가는 것이다. 차별적인 제도를 빨리 바꿔야 한다. 시장간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규정, 증권관련집단소송제 등 자산의 크기에 따라 다른 법적용을 하는 것, 거래소 일부종목에 한정한 주식옵션 허용 등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알맹이보다 껍데기를 중시하는 고무신 신고 달리기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나스닥보다 한국의 코스닥은 더 큰 의미가 있고 더 큰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중화학공업 등 기존의 장치산업을 가지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중국과 경쟁 하지 않고 보완(not compete, but complement)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터넷·브로드밴드 등 세계유수의 산업기반을 가진 정보통신분야, 한국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산업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러한 신산업을 지원하는 유일한 금융시스템이 바로 코스닥이다. 눈을 씻고 봐도 코스닥외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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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