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론과 정직한 애널리스트

[기자수첩] 엔론과 정직한 애널리스트

문병선 기자
2002.03.29 12:11

[기자수첩] 엔론과 정직한 애널리스트

미국의 유명한 증권사인 UBS페인웨버가 사규를 어기고 자사 고객 73명에게 엔론의 주식을 매도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소속 브로커 '충 우(Chung Wu)'를 해고한 것으로 28일 밝혀지면서 보복성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는 엔론이 파산하기 전 고객들에게 "엔론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메일을 띄웠다. 이에 엔론 경영진은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며 UBS를 압박했고, UBS는 사규를 위반했다며 그를 해임조치 했다. 이 사실은 엔론관련 미 하원위원회의 조사로 뒤늦게 밝혀졌다.

UBS는 회사의 정식절차를 밟지 않고 수십 명의 고객에게 회사 정책과 반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우를 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당시 UBS가 망해가는 엔론을 투자자에게 '강력 매수'하도록 추천하던 때라 이 사건은 명백한 '보복성 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장과 애널리스트, 회사 경영진과 직원간의 의견충돌로 빚어지는 '보복성 해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생길 수 있는 사건으로 치부될 지 모른다. 요즘처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시절, 한 사람 정도 해고하는 것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왜 바른 말을 하는 직원은 꼭 '단명'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면 씁쓸함이 남는다.

UBS는 사건 직후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공식의견과 배치되는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결국 우는 직장을 잃었지만 적지않은 사회적 성과를 얻은 셈이다. 우리 증시에서도 우처럼 투자조언을 바르게하는 애널리스트가 넘쳐나야 '엔론 충격'과 같은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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