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용카드 차별죄`

[기자수첩]`신용카드 차별죄`

유승호 기자
2002.04.02 13:09

[기자수첩]석연치 않은 `카드 차별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이 "달러만 받는다"고 하자. 다시말해 우리 돈(원화) 결제를 거부한다면 어찌될까. 한국은행측은 이렇게 답변했다. "한은법상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원화결제 거부시 처벌규정은 없다" 그 음식점이 "동전(주화)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빛은행이 동전교환 수수료를 받아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버스회사 등이 동전을 대량으로 가져오면 동전 세느라 인건비가 많이 드니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은행측은 동전을 차별대우해선 안된다는 여론에 부딪쳐 '동전교환수수료'를 2개월만에 중단했다. 그러나 '동전 차별'이 처벌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오는 7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 거절시 1년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업주가 현금을 내는 고객에게 가맹점수수료 만큼 물건값을 깎아줘도 '카드 차별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7월부터 신용카드는 '법화 위의 법화'가 된다. 중앙은행이 발권하는 '본원통화'보다도 민간업체(카드사)가 발급하는 신용카드가 더 대우를 받는 셈이다.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데도 '카드 차별죄'는 입법과정이 석연치 않다. 지난 2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이 법은 시행전부터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이어 보험사, 병원협회, 용산전자상가 등 가맹점들이 법 시행전에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업계간 분쟁을 촉발시키고 범법자 양산, 물가 상승을 초래할 조짐이다. '카드 차별죄'는 정책 입법시 공론화 과정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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