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의 봄날

[기자수첩]여의도의 봄날

김익태 기자
2002.04.09 10:37

[기자수첩]여의도의 봄날

요즘 여의도에는 점심을 도시락과 간단한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향해 숨가쁘게 내달리자 촌각을 아끼며 매매에 힘을 쏟는 `열성파' 증권맨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점심을 건너뛰는 `극성파'도 적지 않다.

증시 활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곳은 비단 증권사 직원들과 도시락 업소뿐만이 아니다. 여의도에 바야흐로`봄날은 왔다'는 말이 제격이다. 철로 봐도 그렇고 증시국면으로 봐서도 그렇다. 더구나 4~5월이 각 증권사 정기인사철이라 `여의도의 밤'은 낮보다 더 뜨겁다.

한 단란주점 주인은 "최근 각 증권사의 저녁 술자리 예약이 밀리고 있을 정도"라면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데 장이 식기전에 괜찮은 벌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참 오랜만에 증권맨들의 웃음을 본다고 덧붙였다. 99년이후 근 3년만에 찾아온 대목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같은 든뜬 분위기가 자칫 `한탕 심리'로 왜곡될 수 있고 나아가 밤거리 식당가에서 그치지 않고 한낮의 증권사 사무실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흔히 `여의도 증권맨이 가장 입고 싶어하는 옷은? 흰색 가운'이란 말이 있다. 모든 증권맨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장이 뜰 때 한몫 챙겨 직장을 그만 둔 뒤 하루종일 `흰색 가운'을 입고 사우나에서 유유자적하는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장이 좋을 때 이처럼 흥청망청하는 것도 어찌보면 불안감의 발로일 수 있다. 주가가 결국은 곤두박질치고 말리라는 불안감. 한꺼번에 활짝 피어 올랐다가 지난주말 내린 비를 맞고 `한방'에 몰락한 여의도 윤증로의 벗꽃을 본다. 그리고 주가가 좀 뜨더라도, 예컨대 1000이 아니라 2000, 3000이 되더라도 `여의도의 밤'은 커다란 기복없이 담담한 제 흐름을 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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