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盧風`과 펀드매니저
정치가 치열하다. 대통령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점입가경인데, 앞으로 수개월간 우리는 좋든싫든 경쟁자들의 공방전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거기엔 멋진 승부도 있을 거고 입맛이 싹 가시는 꼴볼견도 등장할 것이다.
후보나 후보진영이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 꼴볼견이 멋진 플레이보다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더 크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짜릿한 자극제를 내심 원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화제는 노무현 돌풍이다. 이미 일상화가 돼버려 진부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노무현 바람은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대통령 자리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한나라당조차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당내 경쟁자든 한나라당이든 노무현 경선후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공격 방식이나 내용, 행태를 보면 공격자들 즉 노무현의 경쟁자들은 아직 노무현 바람의 비밀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색깔론 잠재운 '탈권위' 이미지
과연 `노풍`의 비밀은 무엇일까. 나는 노풍의 비밀이 탈권위라고 본다.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인물들을 권위와 비권위라는 기준으로 나눠볼 때 노후보가 탈권위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권위적인 시대를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권위적이지 않은, 혹은 권위를 벗어던지고 친숙하게 바로 옆으로 다가오는 후보를 찾으려는 욕구가 더욱 강하다.
여러분들이 직접 굳고 딱딱한 경쟁후보들의 얼굴과 주름많은 시골아저씨같은 얼굴을 대비시켜 떠올려 보면, 또 근엄하거나 웅변적인 어투와 장터에서 들을 수 있는 외침을 대비시켜 기억해 보면 거기에 분명 권위와 비권위의 갈림이 존재함을 느낄 것이다.
권위와 비권위라는 구도는 색깔론조차도 먹혀들지 않을 정도다. 가령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 금융, 돈이다. 미국의 월가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에만 거액의 정치자금을 쏟아붓는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노무현 후보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인 인물로 꼽혔다는 사실을 매우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민주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머니투데이가 2002년 신년기획으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증시전문가 234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선거 출마예상자 중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깊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조사했는데, 노무현 당시 민주당고문이 41표를 얻어 1위였다. 예상밖의 결과였다. 2위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였고 3위는 이인제 당시 민주당고문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노풍은 시장에서 이미 그 때 예고됐던 셈이다. 민주당이 새로 채택한 경선은 그 통로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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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권위적인 방식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내용으로 노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부메랑 역작용을 낳으면 낳았지,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다른 후보들의 분발을 바란다. 내겐 누가 되느냐가 관심사항이 아니라 누구든 우리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