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빛은행의 이상한 인사

[기자수첩]한빛은행의 이상한 인사

황숙혜 기자
2002.05.17 11:52

(17일정오)[기자수첩]한빛은행의 이상한 인사

15일 오전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8명의 집행임원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한빛은행은 물론 명동 은행가가 술렁거렸다. 한빛은행 내부에서는 2~3명의 부행장이 이번 인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대상자들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기도 했다.

 

〃임원이 임시직원을 줄인 말이라더니 임기 1년만에 물러나야 할 처지에 놓인 임원들이 참 딱하게 됐다〃는 동정론도 없지 않았지만 다수의 금융인들은 우리금융 지주회사의 기능 재편과 은행간 합병에 따른 초대형은행 탄생 등 결코 녹녹치 않은 금융환경하에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겠다는 이덕훈 행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자 출신이지만 보스 기질을 갖췄고 결단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6일 아침 전임원 재신임이라는 인사결과는 적잖은 실망감과 함께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일부에서는 〃임원인사를 갖고 장난을 치느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김종욱 수석부행장은 〃조직혁신 이전에 조직의 안정도 헤아려야 하고, 일부 집행임원의 업무 이동만으로도 조직의 분위기를 충분히 쇄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집행임원을 유임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빛은행의 이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금융인은 많지 않은 것같다. 그러다 보니 칼을 빼어들었다 24시간도 안돼 다시 집어넣은 사연을 놓고 구구한 억측이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한빛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실상의 국책은행으로 은행장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태생적 한계론'이 16일 명동 은행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덕훈 행장 본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보면 나도 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한빛은행이나 우리금융의 갈길이 아직도 까마득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행장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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