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침)[기자수첩]금기 깬 신용카드대책

매달 월말고사 보듯 신용카드대책을 만들어내는 금감위 금감원 실무자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각종 범죄가 터질 때마다 "또 신용카드야"라는 말이 나오니 실무자들은 바늘방석이다. 최근엔 모처로부터 "금감위는 뭐하느냐"는 질책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23일 금감위와 민주당이 함께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보면서, 금융계 한 인사는 "사회 시험문제를 수학방정식으로 풀었다"고 꼬집었다. 살인범이 전화를 범죄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정보통신부가 밤새워 '전화 종합대책'을 만드는 꼴이라는 얘기다.
금감위는 특히 '종합대책'에서 경제부처의 금기사항을 깼다. 시장의 가격결정에 '창구지도'를 통해 개입하겠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22~23%에서 리딩카드사 수준(19.9%)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은행에 금리를 얼마얼마로 하라고 소수점 뒷자리까지 제시한 꼴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는 카드사들의 반응은 설득력을 갖는다. 리딩카드사로 분류된 국민카드의 주가는 보합이었지만 외환카드 주가는 나흘째 하락했다. 감독당국이 주가와 기업 수익에 개입한 셈이다.
시중의 내로라하는 우량은행들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시장이 연 20%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잇따라 대금업체를 차려 고리대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이 와중에 감독당국은 신용카드사만 힘으로 누르고 있는 양상이다.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이 과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때문인가. 그렇다면 연 90%대 대금업체의 고리대가 급증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나친 수익경쟁 때문에 미성년자에게까지 카드를 남발하는 카드사 상혼도 문제다. 하지만 불과 얼마전 신용카드 좀 쓰라고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던 정부가 신용카드를 만병의 근원으로 모는 정서법에 근거에 규제를 만든다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