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투명할까
미국의 최고 금융감독 책임자가 변호사 시절 고객들 뒤를 봐주려했다는 의혹을 사 쫓겨날 판이다. 외신들은 앞다퉈 '낙마설'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아직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으나, 사태가 쉽게 수습되긴 힘들어 보인다.
문제의 인물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하비 피트 의장. 그는 공개적인 월가 편들기에 의심스런 개혁의지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엔 회계부정 스캔들의 주인공들인 제록스와 제록스의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KPMG의 경영진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의 대상이 됐다.
피트 의장은 지난해 5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낙점을 받을 때부터 월가의 '문제아'들을 변호했던 전력 때문에 말이 많았다. 결국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긴 꼴"이라던 비판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가뜩이나 월가의 부패 관행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감독자마저 '부패 사슬'의 한 고리임을 자인한 꼴이 됐으니, 미국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적을 수 없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의 밀월(密月)을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냉소가 번지고 있다.
미국이 걸핏하면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두르는 '금융시장 투명성'의 허실을 눈치챌 수 있을 듯하다. 세계 최고의 금융시스템이 이 지경이니 기업 하나 살고죽는 걸로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는 한국의 저간 사정이야 이상할 것 없다고 하면 자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