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조흥은행 비씨카드의 경우

[광화문]조흥은행 비씨카드의 경우

박종인 기자
2002.05.27 15:44

[광화문]조흥은행 비씨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뉴스 가운데 가장 통쾌했던 건 역시 `금융감독원 카드담당 부원장님의 신용등급은 5등급'이었다.

매사를 음모론으로 해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은 이를 보고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서로 짰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두 곳 모두 국민들의 체감 투명성지수가 그리 높지 않으니 말이다.

음모론 보단 운명론에 더 가까운 머니투데이 김준형 팀장은 자신의 심경을 5월17일 다음과 같이 담담히 토로했다.

"나는 4등급이다. 평소 `그 정도 되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예감을 갖고 사는 거하고 신용카드청구서에서 '4'자를 확인하는 거하고는 기분이 천양지차다.(이달 고지서부터 등급이 표시돼 있으니 확인들 해보시길…)...중략...나하고 같은 카드(국민카드)를 쓰는 금감원 카드담당 부원장은 맨 밑바닥인 5등급이라니, 고위층을 바닥에 깔고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배려한 카드사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이 기사를 찾으려고 지난 신문을 뒤지는 수고는 하지 마시길…. 온라인에만 나가는 `김준형의 개장전'에서 인용한 것이니까. 그렇다고 머니투데이 사이트에서 찾기도 쉽지 않을 터, 왜냐하면 검색기능이 시원치 않으니까.)

아무튼 김팀장 조언에 따라 내 등급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고지서에는 암만 찾아도 등급 표시가 없었다. 참고로 나는 `조흥은행 비씨카드'다.

망설이다 카드사에 전화했다.(정말 엄청 망설였다. 카드사에 전화해 본 사람은 다 아시겠지만 상담원과 연결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통화중'이기 십상이고 일진이 좋아 통화가 돼도 그 놈의 자동응답기의 고압적인 지시에 따라 번호판을 누르다 보면 머리에 쥐가 나 전화기를 집어던지기 일쑤다. 그리곤 이렇게 다짐한다."내 다시는 카드사에 전화하나 봐라")

그러나 어쩌랴. 호기심이 더 컸기에 그 짜증을 감내하기로 했던 것인데…. 한국인의 인내와 끈기(컴컴한 굴속에서 마늘만 먹으며 100일을 견뎌낸 신화속 할머니로부터 이어받은)로 손가락에 쥐나도록 번호판을 눌러댄 덕에 상담원과 통화는 했는데…. 그녀는 "아, 그 문제라면 (당신의)거래 은행과 상의하라"며 전화를 끊는 게 아닌가.

`은행은 카드사 보다 말랑말랑하다'는 게 경험을 통해 얻은 생활의 지혜,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조흥은행 수송동지점과 2차례, 본점 카드사업부와 4차례 통화한 끝에 알아낸 건 기껏 다음과 같은 것들 뿐이었다.

`당신은 20등급이다. 이 등급은 당신의 은행거래 실적을 토대로 작성된 것인데 신용등급은 아니다. 우리 은행은 고객의 신용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단 현금서비스 한도와 관련된 등급은 있는데 내부용이다.이 등급은 1에서 60까지 있는데 너무 복잡해서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알려줄 수 없다.'

아무리 맞춰봐도 조합이 안되는 난수표같은 쓰레기정보를 앵무새처럼 되뇌는 은행원이 나중에는 불쌍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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