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입맛따른 경기진단

[기자수첩]입맛따른 경기진단

박승윤 기자
2002.05.30 12:31

[기자수첩]입맛 따른 경기진단

정부는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명분과 실효성을 따진다. 금융·세제와 관련된 경제정책은 국민의 혈세나 통화관리가 수반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명분이 약한 경제정책은 주로 정치논리가 개입되었을때 나온다.

정부가 정책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각종 통계지표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전망을 근거로 투자를 하고 정부에도 대책을 요구하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통계를 확인해야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래서 정부의 경기 대책은 항상 뒷 북을 친다는 지적도 받는다. 지난 2000년말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예견하고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지표가 좋은데 무슨 소리냐'고 코웃음치다 뒤늦게 허둥지둥대기도 했다.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특소세 인하의 연장 여부는 성장률과 산업활동동향등 경기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됐다. 그리고 29일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4월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달의 4.4%를 크게 웃도는 7.3%로 나왔다. 지난주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도 예상치보다 1%포인트나 높은 5.7%로 나왔다.

그런데 재경부는 특소세 인하 연장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통계치는 무시한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안 가능성만 집중적으로 열거하며 안정 성장을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재경부가 이달초 경제설명회때 밝혔던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 가능성이 통계지표에서 상당부분 확인됐음에도 특소세 인하 연장때 경기전망은 오히려 후퇴했다.

정치권의 연장 요구나 미국의 통상압력,자동차 구매 예약분 처리 문제등을 감안할 때 대개 6개월단위로 이뤄지는 특소세 감면 시한을 유례없이 2개월만 연장한 재경부의 '고육지책'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명분이 적은 정책을 위해 통계수치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수석경제부처의 행태를 보며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경제정책이 쏟아지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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