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축구의 경제적 코드

[광화문] 축구의 경제적 코드

강호병 이코노미스트
2002.05.30 14:15

[광화문] 축구의 경제적 코드

5월31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2002년 월드컵의 문이 열린다. 축구는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기 좋아하는 경제학의 코드에 딱 어울리는 운동경기다. 쌍방 맛대결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모든 구기종목은 최소한의 희생(실점)으로 최대한의 생산 또는 매출(득점)을 올려 순이익(골득실차)을 극대화화려고 하고 있지만 효율성면에서는 축구가 으뜸이다.

우선 축구는 다른 구기종목보다 비용이 작게 든다. 공하나와 사람들이 뛸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족하기 때문이다. 축구공이 피버노바처럼 첨단과학이 스민 가죽공이든 돼지오줌보로 만든 공이든 삼베로 엮은 공이든 게임의 유희를 즐기기에는 손색없다. 멋진 축구화도 반드시 있을 필요가 없고 맨발로 해도 된다. 야구만 해도 배트와 글러브는 최소한 있어야 한다. 농구도 잘튀는 공과 바스켓이 필요하니 야구나 농구 심지어 배구까지도 현대문명의 혜택을 가미하지 않은 원시상태로는 즐기기 어려운 운동이다.

게다가 축구는 남녀노소 아무런 기량이 없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발로 공을 찰 줄만 알면 되니까. 농구 야구처럼 손을 사용하는 운동은 던지고 받고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축구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완전경쟁시장과도 같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원시적, 서민적 풍모를 가진 축구의 개방성과 비용효율성이 오늘날 축구를 월드컵과 같은 글로벌 이벤트로 만든 원동력이다.

그리고 축구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더 심한 제약조건을 갖고 있다. 선수제한과 그라운드 제한이 있는 것은 다른 종목과 비슷하지만 축구는 전후반 45분이라는 시간제약이 있다. 야구 배구처럼 1회전, 2회전...식의 세트단위로 진행되는 단속적인 모듈 경기와 달리 축구는 전후반 4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선수라는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최대한의 산출물, 곧 득점을 뽑아내는 시간당 생산성을 추구하는 경기다.

때문에 축구에서는 지구력과 순발력이라는 다소 모순되는 듯한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축구선수 하나하나의 동작에 관중의 시선이 쏠리고 실축했을때 안타까움이 극에 달하며, 골을 넣었을 때 선수와 관중이 뒤집어질 듯 열광하는 것도 축구가 시간당 생산성을 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축구는 물리적으로 현대문명의 원천인 손을 못쓰게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둔한 몸통과 발이라는 인체의 열등재만 활용해야 하다보니 손을 많이 쓰는 다른 운동에 비해 체력과 팀웍이라는 밑바탕이 더욱 중시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사냥에나 쓰일 만한 원시적 동작으로 제한된 시간에 압축적으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축구는 품질, 기술 등 기본에 충실하여 선택이라는 순발력과 집중이라는 지구력을 잘 구사하여 시간당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비즈니스 세계와 너무 흡사하다.

앞으로 한달간 월드컵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질 것이다. 월드컵을 축제로만 즐기지 말고 월드컵을 관전하는 새로운 포인트로 축구에 숨겨진 경제적 코드를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묘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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