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통부의 후안무치

정보통신부는 한국통신(KT)의 민영화 과정에서 참패했다. SK텔레콤이 최대지분을 확보, KT의 주인이 된 것이다. 정통부로선 꿈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가 빚어졌다. 이로써 한국의 통신시장엔 사실상 거대공룡의 유무선 통신회사 하나가 완전 군림하는 구도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원래 KT의 자회사였으므로 무선이동통신의 급성장 덕분에 10몇년만에 자회사가 모회사를 삼킨 꼴이기도 하다.
정부는 알짜배기 통신회사를 2차례에 걸쳐 SK그룹에 전부 갖다 바친 셈이 됐다. 과거 SK텔레콤을 넘길 때는 현 SK그룹 젊은 총수의 장인인 당시 노태우대통령이 후안무치하게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통부의 엉성한, 구멍뚫린 민영화 방안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 이번 일은 수준미달의 정부정책이 시행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말해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기에 족하다.
그런데 더욱 놀랍게도 정통부는 후안무치한 면에서 노 전대통령만큼이나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SK텔레콤으로선 잘못한 일이 없다. 이번 민영화를 비즈니스로 보면 그 과정에서 참여한다, 안한다 하는 식의 작전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전술이다.
정통부는 이런 엄청난 결과가 빚어진데 대해 요즘 제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부랴부랴 한번 시행한 정책을 되돌리려고 야단법석이다. 언제는 사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샀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산 물건을 강제로 되팔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정책에 대드는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런 말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정통부가 최근 보이고 있는 행태나 발언, 조치 등을 여기서 세세히 다시 반복할 필요까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큰 흐름만 보면 처음엔 사외이사를 주네, 안주네로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주식 맞교환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이제 강제 처분 압박으로까지 발전했다.
여기엔 두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하나는 사안을 앞서서 이끌지 못하고 뒷북을 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자꾸 설익은 안을 내놨다가 다시 접거나 구겨지거나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승택장관을 비롯, 김태현차관, 한춘구국장 등이 등장인물로 번갈아가며 나섰다. 이미 쏟아진 물은 되담을 수 없어도 한번 시행한 정책은 되돌릴 수 있으니까 정통부의 관료들은 퍽 운 좋은 사람들일까.
정통부는 이번 KT 민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양장관의 주도로 재벌에게 5%이상의 지분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등 크고 작은 사안들을 놓고 꽤나 심한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틈없는 정책을 짜고 시행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면 뭔가 너무 심하게 보였던 그러한 우여곡절이 이런 실패를 예고한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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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번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있을 수 없는 결과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초래한 당사자인 정부가 먼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고친 다음에 그것을 바로 잡는 게 옳은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