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다우 215p, 나스닥 53p ↓

[뉴욕마감] 다우 215p, 나스닥 53p ↓

뉴욕=정희경 특파원
2002.06.04 05:38

[뉴욕마감] 다우 215p, 나스닥 53p ↓

[상보]

뉴욕 주식시장이 3일(현지시간) 급락세로 6월을 시작했다. 제조업 활동이 2년내 가장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타이코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의 사임, 엘 파소 부사장의 자살, 기술기업의 실적 우려 등 몰려드는 악재에 넉다운됐다. 특히 타이코가 기업 전반의 실적 불신을 높이면서 주요 지수는 장 마감 1시간 여를 남기고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지지선을 이탈, 일중 저점에서 마감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날 개장 1시간여 만에 심리적 지지선 1600선이 붕괴됐다. 이후 횡보를 거듭하다 막판 낙폭을 늘린 끝에 53.17포인트(3.29%) 급락한 1562.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치이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오후들어 낙폭을 두 자리수로 줄이기도 했으나 막판 약세로 인해 215.46포인트(2.17%) 떨어진 9709.79를 기록, 9700선도 위태롭게 됐다. S&P 500 지수도 26.46포인트(2.48%) 내린 1040.68로, 러셀 2000지수는 13.08포인트(2.68%) 하락한 474.39로 각각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13억 주, 나스닥 시장 16억 주였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 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매도세에 거래량이 수반됐다는 점에서 지난 주의 부진과는 다른 양상이다. 업종별로는 금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했으나 반도체와 네크워킹, 생명공학주들이 특히 부진했다.

푸르덴셜 증권의 투자전략가 래리 와첼은 "결혼의 시즌 6월을 맞았지만 월가에는 로맨스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주요 신문들을 보면 달러화 약세, 순익 둔화, 고평가 논란, 지정학정 긴장 고조 등 부정적인 단어들만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재료가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포기'나 '항복' 국면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앞서 월가 전략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을 토대로 산출하는 '셀 사이드 지수'가 69.1로 전달의 69보다 소폭 높아졌다며, 이는 여전히 매도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수가 50 밑으로 내려가면 매수에 나서고, 61.1보다 높으면 매도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가가 아직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랠리를 이끌 수 있는 '우려의 벽'은 만들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제지표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공급관리자협회(ISM)는 5월 제조업 지수가 55.7로 전달 53.9 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ISM 지수는 이로써 4개월 연속 상승하며 2000년 2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노버트 오어 ISM 회장은 "5월은 제조업체에게 무척 좋은 기간이었다"며 "16개 업종에서 신규 주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4월 건설투자가 전달보다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투자는 당초 0.9% 감소에서 1.2% 감소로 수정됐다. 주거용이 0.7% 늘어난 반면 공공 투자는 1.1% 감소했다.

그러나 개장 전 불거진 타이코의 악재는 시종 장을 짓눌렀다. 미국 양대 재벌의 하나인 타이코는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했다고 밝힌 후 26.8% 폭락했다. 타이코는 뉴욕에서 매출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사임이 타이코의 회계 처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 때문이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이 발표 직후 타이코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즐로브스키 회장은 올 1월 회사를 4개로 분할한다고 발표했다고 4월 회계 처리 문제와 유동성 우려로 철회했고, 거듭된 실적 경고로 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그의 사임을 경질로 해석했다.

에너지 중개업체인 엘 파소는 재무책임자인 찰스 라이스 수석 부사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14.4% 급락했다.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중개 부문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엘 파소는 지난 주 2년간 실적 전망을 하향했었다.

또 다른 업체인 윌리엄스는 내부 가격 결정 구조를 왜곡시켜 캘리포니아 천연가스 시장을 궁지로 몰아넣는 방안을 구상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22.9% 폭락했다. 윌리엄은 이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주가 급락을 막지는 못했다.

기술주를 벼랑 끝으로 밀어낸 것은 반도체 주였다. 자일링스의 기대 이하의 실적 전망, 인텔의 실적 불투명 우려 등이 악재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6개 전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5.23% 급락한 451.37을 기록했다.

자일링스는 이날 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매출이 늘어났으나 전문가들의 기대치에서 벗어나면서 12.05% 폭락했다. 인텔 역시 3.8% 하락했다. 인텔은 오는 6일 실적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나 UBS 워버그가 2분기 주당 순이익을 14~16센트로 제시할 가능성 있다고 지적한 게 부담이 됐다. 현재 월가의 기대치는 주당 15센트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도 급락했다.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는 UBS워버그가 기술투자 지출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4% 하락했다. 워버그는 체크포인트와 함께 인터넷 시큐리티 시스템즈 등의 순익 전망치와 목표가를 낮추었다. 또한 리먼 브러더스가 순익 전망치와 투자의견을 낮춘 BEA 시스템즈, 베리타스 소프트웨어 등도 급락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 소프트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회계 처리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으나 3.02% 하락했다. SEC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일부 분기 매출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등 일반회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나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이밖에 주니퍼 네트웍스는 메릴린치가 이번 분기 순익 전망치를 하향한 여파로 6.6% 떨어졌다. 메릴리치는 주니퍼의 매출 추세를 볼 때 더 부진에 빠질 수 있다며 연간 전망치도 낮추었다.

주식 중개업체인 나이트 트레이딩 그룹은 개장전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50% 폭락했으나 일시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거래가 재개됐으나 6.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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