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혼조세
[상보]
한국 축구가 48년 만에감격의 월드컵 첫 승을 올린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전날의 부진을 이어가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 불안 진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로 하루 전 전격 사임한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세금 회피 혐의로 정식 기소돼 회계 부정에 대한 의혹이 높아진 게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기술주들은 엇갈린 실적 전망속에 오후 강세를 보였으나 오름폭은 전날 낙폭 보다 크지 않았다. 일단 급락세를 끊은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전날 215포인트 급락한데 이어 오전 한때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으나 오후들어 낙폭을 줄여 21.95포인트(0.23%) 하락한 9687.84를 기록했다. 이로써 9700선도 양보하게 됐다. 반면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마감까지 등락을 거듭한 끝에 15.56포인트(1.0%) 오른 1578.12로 장을 마쳤다. S&P 500 지수는 0.01포인트 오른 1040.69로, 러셀 2000 지수는 0.63포인트 내린 473.76으로 장을 마쳤다.
미 경제 대통령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통화 콘퍼런스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월이후 경기판단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전제를 달았으나 경기 회복 징후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극적인 회복을 기대하지 않으며, 1분기 성장률 5.6%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의 이날 발언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사전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경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쉐퍼드슨은 그린스펀의장이 최근 증시 부진을 우려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긍정적인 발언은 모간스탠리 딘위터(MSDW)에서도 나왔다. 국제 시장을 담당하는 수석 투자전략가 바톤 빅스는 미 증시가 조만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의 비관론을 접었다. 그는 "증시가 기업들의 회계 부정 의혹 등의 악재들에 노출돼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가 분명해 지고 있다"며 "현재 주식들이 과매도 상태에 있고 경기회복기에 이 같은 증시 약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 및 기업 순익 개선이 분명해지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쉽게 가시지 않으며, 아직 지속적인 랠리의 기반인 항복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지적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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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부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달러화는 이날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의 시장 개입으로 달러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124.05엔을 기록, 전날의 123.64엔보다 강세를 보였다. 반면 유로화에 대해서는 유로당 94.10센트로 전날의 94.03센트에 이어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14억8000만주, 뉴욕증권거래소 18억6000만주 등으로 오랜 만에 늘어났다. 그러나 뉴욕 거래소에서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을 17대 13으로, 나스닥의 경우 6대 5로 앞서 이날의 혼조세를 방증했다. 업종별로는 전날 급락했던 반도체를 비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항공 네트워킹 등은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편입 16개 전종목이 상승한 가운데 3.4% 급등한 466.89를 기록했다. 인텔이 3.3%,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2.6% 각각 올랐다. 자일링스와 노벨러스 시스템즈는 각각 3.8%, 3.7% 상승했다.
미국 재벌기업인 타이코의 데니스 코즐로브스키 전 회장은 이날 100만 달러 세금 회피 혐의로 뉴욕주 법무부에 의해 정식 기소됐다. 개인적인 탈세이긴 하지만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타이코를 미국의 양대 재벌 회사로 성장시킨 코즐로브스키 전 회장은 최근 주가 급락, 실적 경고, 분식회계 의혹 등에 이은 탈세혐의로 사임했다. 타이코 주가는 그러나 전날 27% 폭락에 따른 반발 매수로 4.5% 상승했다.
금융서비스회사인 나이트 트레이딩 그룹도 회계부정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데 일조했다. 나스닥 시장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이트 트레이딩은 90년대 부적절한 거래 행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나이트 트레이딩은 21.6% 폭락했다.
소프트웨어 주들은 전날 급락에 따라 악재가 주가에 반영, 단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강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6.8% 급등했다.
하드웨어 역시 강세였다. 컴팩컴퓨터와 합병해 세계 PC 시장 1위로 올라선 휴렛팩커드(HP)는 이날 합병 후 처음 애널리스트들과의 모임을 갖고, 2003회계연도(10월결산) 매출이 4~6% 늘어나고 이듬해에는 7~9%로 증가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HP는 또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HP는 0.6% 상승했다.
이날 1500명 감원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힌 IBM은 1.5% 올랐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회사인 IBM은 칩 사업부문 정비차원에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인력 15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IBM은 이에 대해 컴퓨터에 사용되는 '파워PC 칩'과 ASIC로 알려진 특수 응용기기용 칩에 역략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토리지 업체인 EMC는 사운드 뷰가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한데 힘입어 4.9% 급등했다.
반면 전자 부품 제조업체인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은 기업들의 기술투자 감소로 이번 분기 매출과 순익이 월가의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데다 투자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19.7% 폭락했다.
AOL 타임워너는 리먼 브러더스가 분기 및 연간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로 4.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