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월드컵 매니아‘
또다른 Irrational Exuberance?(비이성적 과다)
2002년 월드컵 8강이라는 신화를 만든 명장, 히딩크 감독의 조국 네덜란드에서는 17세기에 ‘튤립 매니아‘라는 광적인 투기열풍이 있었다. 금융투기의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자 네덜란드를 튤립 관광왕국으로 변신시킨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경제사학자들은 한결같이 이때의 사람들이 미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튤립 매니아‘라고 적고 있다.
처음보는 튤립에 이끌린 호기심이 그만 투기로 변질되고 만 것인데 양파같이 생긴 최상급 튤립뿌리 값이 집한채 값에 이르렀던 것은 그렇다쳐도 그 시대에는 도대체 튤립을 뺀 생활이란 있을 수 없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인은 신문에 실린 튤립 시세판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매일 튤립얘기로 꽃을 피웠다. 튤립 모양의 빵과 소세지, 케이크를 먹으며, 튤립 문양으로 장식된 옷을 입고 다녔다. 가구나 도자기에도 튤립 문양을 넣었다.
네덜란드인 히딩크는 4세기가 지난후 한반도에서 튤립 매니아를 연상시키는 ‘월드컵 매니아'를 만들어냈다. 한국팀 승리의 얘기로 하루가 뜨고 지며 전국이 붉은 옷의 물결로 넘실대고, 붉은색 제품이 아니면 팔리지도 않는다.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는 것은 그렇다쳐도 산사의 스님까지 하안거를 마다하고 TV중계에 열중하며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병원 영안실의 상주들까지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을때 ”만세!“라고 외치고 있으니...
무엇이 이토록 월드컵에 열광케 하는가. 월드컵이라는 잔치의 속성,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오느라 스트레스를 분출할 카타르시스가 없었다는 점, 48년간 응어리 진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매니아로 부를 정도로 만든 데는 상징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바로 ‘붉은 악마‘와 ’오~ 필승 코리아‘로 대변되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상과 구호다. 이것이 없었던 들 젖먹이에서 고령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의 응원열기를 이처럼 거대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었을까. 응원=붉은 옷 또는 붉은 악마라는 강렬한 상징이 사람들의 군중심리의 본능을 튕겨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소득은 엄청나다. 경제적인 각도에서 두가지만 짚어보면 첫째, 히딩크 리더쉽을 통해 무엇을 해야 일류가 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체력, 스피드 등 기본기에 충실한 축구, 과학적 축구, 생각하는 축구, 경쟁원리에 입각한 선수기용과 운용 등으로 히딩크는 경영과 사회운영에 큰 가르침을 남겼다. 둘째, 코리아를 브랜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월드컵 8강, 길거리 응원으로 세상의 이목을 끌고 한국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으니 외국인들이 한국 한국인 한국기업 한국제품이라면 다시 볼게 분명하다.
이제 8강 진출로 길거리에서 표출된 에너지를 파워! 코리아로 이을수 있는 이음매를 확실히 찾았다. 경제 16강은 이상해도 경제8강, 경제4강은 노릴 만한 목표가 아닌가. 국민들의 열기는 자연스레 업그레이드 코리아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그것을 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