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험한 7월1일

쉰다는 건 좋은 일이다. 더구나 일해야 할 평일이 갑자기 공휴일로 지정돼 쉬게 되면 뭔가 공짜로 24시간을 번 느낌일 것이다. 청와대가 7월1일을 월드컵 임시공휴일로 정한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소수의 예외자가 틀림없이 있을 텐데, 대표적으로 생산 공장이나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비즈니스 경영자들은 대부분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그들은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예상 밖의 악화 모습을 보인다고 여기는 그들 중 일부는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청와대가 미쳤군, 아니 원래 그 정도 수준이었지’라고 한탄을 삭이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나도 ‘소수이지만 매우 중요한’ 그들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다수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월드컵이 낳은 대규모 인파의 격정은 단군 이래 유례없는 통합된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면에서 누구도 이의를 달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거기엔 대책 없는 열띤 흥분으로 현실을 벗어나 ‘환호가 환호를 낳는’ 분위기에 함께 휩싸이려는 남미형 포퓰리즘의 시초가 뒤섞여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이 여기저기서 이번 에너지의 분출이 분출 자체보다는 분출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와대는 6월25일의 공휴일 지정논의 땐 잘 버티는가 싶더니 덜커덕 7월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말았다. 뭐 그 하루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냐고,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할 테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온 청와대의 생색에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와대가 대규모 인파의 에너지 분출을 생산적인 시너지로 돌리려는 짐은 지지 않고 포퓰리즘 측면에 편승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달콤한 선물을 주기는 쉽지만 쓰디쓴 약을 먹이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유감스럽게도 선물이 아니라 약이다. 이게 현실이다. 왜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혹은 현실을 잘못 알게 청와대가 계기를 제공하는가.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특히 한국이 경기를 하는 날은 이미 휴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해외변수의 주도로 크게 멍들고 있었다. 간단치 않은 위기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하루 쉬자는 결정을 내리는 게 안이함이자 포퓰리즘이지, 생산적 여유라든가 건설적 리더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7월1일부터는 금융권이 주 5일 근무에 들어가는데 첫날을 놀면서 시작하게 됐다. 5일 근무제를 한참 시행한 미국 은행들의 경우 거꾸로 토요일 영업을 거쳐 최근엔 일요일 영업 경쟁이 뉴욕을 중심으로 신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를 일궈오면서 다함께 땀흘려 왔으므로 주 5일근무제를 할 때도 됐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주5일 영업제는 아니어야 하는데…
이미 결정은 내려진 것, 그날의 휴일을 마음을 다잡으면서 보내길 바란다. 7월1일 쉬는 건 잘못됐다. 그 상징성이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