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동부와 이코인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는 멋진 선택이다. 양쪽 모두에게 그렇다.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생산규모를 합치면 세계 4위를 확보할 수가 있으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선택을 했다. 한국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크고작은 실물기업들 중 두 곳이 이렇게 긍정적 변화로의 계기를 잡았으니 누구나 반길 일이다. 또 유심히 살펴봐도 정부가 문제를 해결짓기 위해 강제로 인수작업을 종용한 흔적이 없으니 시장이 그만큼 성숙해 스스로 살 길을 찾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미세한 변화 같지만 이는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례중의 하나이다. 몇년전만 해도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정부가 강제결혼을 시키는 경우에 한해 기업이 합쳐지거나 인수됐다. 특혜시비와 내부반발 등의 커다란 후유증이 뒤따랐고.
이번 딜의 큰 골격이 지닌 긍정적 의미에 비하면 속내용에는 적지 않은 흠집이 있다. 그 가운데 동부그룹의 계열 보험사 돈이 600억원 쓰인 것은 모럴 해저드다. 이 정도 수준의 계열사 출자를 허용하고 있는 법규정은 사실상 모럴 해저드를 허용해 주고 있는 고약한 법이다. 만든 사람들은 당초 취지가 그게 아니라고 항변할 테지만 부끄러운 얘기일 뿐이다.
가장 커다란 흠집은 아남반도체가 동부전자에 500억원을 출자하는 부분이다. 출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얼마전 동부그룹이 자구 차원에서 동부전자에 500억원을 추가출자하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한 적이 있는데 이 약속을 아남반도체가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니 이야말로 70년대 방식이다. 156조원의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을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에 투입하게 만든 출발점이 바로 이런 견강부회식 일처리임을 채권단이 벌써 잊을 리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와는 별도로 기존 동부 계열사가 동부전자에 500억원을 추가출자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
이에 비하면 대주주가 기업공개시점을 전후해 차명지분을 팔아 버린 것으로 드러난 이코인은 규모는 작지만 훨씬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이코인의 대주주가 `기업공개 취소`에 해당하는 일을 냈는데 당국이 도무지 수습을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속수무책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나 코스닥위원회의 대응이 다 엇비슷하지만 특히 코스닥위원회는 등록취소를 하고 싶어도 숱한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조치를 못했다고 한다. 압권이다.
우선은 소액투자자들이 정말이지 불쌍하다. 대주주의 규정위반을 당국이 눈감아주는데 방패막이마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본래의 문제로 들어가 보면 실행하지 못할 원칙을 담고 있는 규정이라고 섣불리 판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울러 그런 판정을 할 권한이 코스닥위원회에 있는 것인지 되짚어야 할 대목이다.
굴뚝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동부든 이코인이든 기업들은 자칫 규정의 경계선을 넘나들기 쉽다. 규정은 수시로 전면에 드러나 강조돼야 하며 위반 사례는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왜냐 하면? 그게 바로 법규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