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휴대폰 싸게 사는 법
내 나이 마흔둘. 공자님 말씀대로라면 흔들리지 말고(不惑) 꿋꿋이 살아야 하건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늘 가슴 졸이기 일쑤다. 오늘은 나의 이런 소시민적 일상을 하나 공개하고자 한다.
이태 전에 바꾼 휴대폰 단말기가 요즘 말썽이다. 번호판이 통 말을 듣지 않는다. 예컨대 02-724-7714(내 사무실 전화번호다)를 누른다 치면 02-724-77114 또는 002-7224 등 엉뚱한 숫자가 화면에 뜨곤 한다. 제대로 눌렀는데도 말이다. 바쁠 때 몇 번씩이나 조그만 번호판을 다시 눌러야 하는 짜증이라니. 결국 새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때마침 예기치 않은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박종인님이시죠? LG텔레콤인데요. 고객님은 저희 019의 우수고객이십니다. 우수고객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화장품, 차량용 쿠숀, 영화 티켓 가운데 하나를 골라주세요. 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엉, 이게 웬 떡. 일단 선물 하나를 고르고 나니 기자의 공짜근성이 슬슬 고개를 쳐든다.
"그런데 제가 2년전 우수고객으로 뽑혀서 단말기를 싼 값에 바꿨는데요, 요즘은 그런 행사 안합니까?"
"안그래도 준비하고 있으니 좀 기다려보세요. 연락이 갈 겁니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야. 정부가 제 아무리 단말기보조금을 강제 폐지하면 뭐하나, 통신업체들이 손님 끌기에 혈안인데.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단말기 교체에 관한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사내 게시판에 묘한 공고가 하나 붙었다.
나에겐 제목부터 무척 섹시해 보였는데 'LG싸이언 최신형 핸드폰 특별구매 안내'였다.
요약하면 019에 신규 가입하면 22만원 짜리 단말기는 단돈 3만원에, 31만9000원짜리는 9만9000원에, 45만원짜리는 25만원에 할인 판매한다는 것.
어, 이거봐라. 새로 가입해서 단말기 싸게 사고 기존 번호는 반납할까. 까짓 내 전화번호 바뀐다고 내가 불편할 게 뭐야. 나에게 전화할 사람이 불편할테지.
그래서 좀 알아보니 전화번호 바꾸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 쌓인 마일리지(글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으되)와 전화요금 할인혜택을 몽땅 포기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선택인지 알쏭달쏭해졌다.
제 값 다 주고 사자니 '곰바우'란 소리 듣기 십상이고 싸게 사려니 정보에 어둡고, 정말이지 단말기 하나 사기가 어찌나 힘이 든지, 벌써 몇 달째 나는 그 고물 단말기를 그대로 들고 다닌다.
독자들의 PICK!
이게 어디 019뿐일까. 국내 통신업체들에게 바라옵건데, 화장품이나 쿠숀, 영화티켓 이런 거 안줘도 좋으니 제발 단말기 가격을 투명하게 해주시길. 사는 사람에 따라, 파는 사람에 따라, 심지어는 사는 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나같은 소시민은 어디 마음놓고 단말기 교체 하겠습니까.